1979년 11월7일 밧줄에 묶인 김 부장이 권총을 든 채 박 전 대통령 시해 장면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80보도사진연감 |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집행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재심이 45년 만에 시작됐다. 김 전 부장 쪽은 첫 공판에서 “1979년 10월27일 비상계엄은 위헌·위법했고, 그 이후 이어진 수사와 재판 또한 위법했다”며 “내란목적 살인은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16일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살인 재심 사건 1차 공판을 열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에게 총을 쏘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그해 12월20일 1심 판결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나흘 만인 1980년 5월24일에 형이 집행됐다. 유족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5년 가까운 심리 끝에 지난 2월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김 전 부장의 재심 사건 변호인단은 이날 항소 이유로 △10·27 비상계엄의 위헌에 따른 군법회의 재판 등의 위헌성 △계엄 선포 이전의 민간인의 범죄 행위에 대한 보안사의 위헌·위법한 수사와 군법 재판의 위법성 △내란 목적 부재 등을 제시했다. 김 전 부장 쪽 조영선 변호사는 “10월27일 당시는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당시 선포된 비상계엄과 포고령은 헌법·계엄법에 반한다”며 “따라서 보안사와 군 사법경찰 등은 민간인인 피고인을 체포할 수 없었음에도 체포해 구속수사 하는 등 직권남용 행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국헌 문란 목적이나 사전 내란 준비행위 등도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며 “피고인은 졸속으로 진행된 재판 과정에서도 방어권을 보장 받지 못했고, 재판부는 공판조서 열람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조서나 법정 진술 등은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며 당시 공판 녹음 파일을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추후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답변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김 전 부장의 변호인단이 기자와 방청인들을 향해 이날 재판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
이날 공판에서는 김 전 부장의 여동생인 김정숙씨가 발언 기회를 얻어 “오빠가 그렇게 막지 않았다면, 우리 국만 1백만 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 그래서 저는 평생토록 김재규의 동생인 것이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김씨는 “당시 재판은 대한민국 사법부로서도 치욕의 역사일 것”이라며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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