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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드론으로 트럼프를 공격한다고?" 진화하는 드론의 위협 [무기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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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드론으로 트럼프를 공격한다고?" 진화하는 드론의 위협 [무기로 읽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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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미 안보 실무협의 가시적 성과 내년 전반기 돼야"


우크라이나 군인이 드론에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도네츠크=AP 뉴시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드론에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도네츠크=AP 뉴시스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습으로 주요 방공 전력이 초토화하고 핵시설 여러 곳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이란이 핵시설을 복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방공무기를 긴급 수입해 ‘2차전’ 준비에 들어갔다.

공식적으로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 외에는 다른 용도를 생각할 수 없는 60% 이상 고농축 우라늄 대량 생산에 매달리는 것은 핵무장할 뜻이 없다는 그들 주장과는 모순된 행동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가진 이란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에 이란이 지금처럼 핵시설 복구를 계속할 경우 그들은 재차 공습을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이란의 트럼프 암살 예고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러시아 모스크바의 건물.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러시아 모스크바의 건물.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이란이 자랑해 온 ‘첨단 다층 방공망’은 이번 분쟁 기간 중 그 성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그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란 지도부 역시 자신들이 가진 방공무기로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저항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스라엘을 상대로 뭔가 카드가 있다는 말이다. 이란은 그 카드가 무엇인지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던 6월 중순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미국 내 테러다.

이란은 6월 30일, 시아파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인 대(大) 아야톨라(Ayatollah) 나세르 마카렘 시라지 명의로 낸 파트와(Fatwa)에서 트럼프·네타냐후를 신의 적이라 선언했다. 파트와는 이슬람 경전에 바탕을 둔 이슬람법을 자격이 있는 학자 또는 성직자가 유권 해석해 내놓는 일종의 칙령이다. 이 칙령은 모든 무슬림에 강제력이 있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죽이라는 파트와가 선포되면 무슬림은 반드시 그 파트와를 따라 대상 인물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시라지의 파트와 이후 이란 내 고위 성직자들은 앞다퉈 비슷한 파트와를 내놓았다.

7월 9일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외교담당 수석고문을 지낸 모하마드 라리자니라는 인물은 국영 방송에서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마러라고에서 일광욕을 할 수 없도록 조치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해변에 누워 있을 때 작은 드론으로 그의 배를 맞출 수 있다며 암살 예고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이 없는 주말에는 자신의 사저인 마러라고를 찾아 골프를 즐기는데, 이란의 이번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저에 가 있을 때 죽이겠다는 예고였다.

드론을 이용해 고위급 인사를 암살하려는 시도는 2018년 베네수엘라에서 있었다. 당시 사용된 드론은 중국 DJI의 M600 상용 드론을 개조한 것으로 가로·세로 길이가 1.5m 이상, 6개의 모터·프로펠러가 달린 대형 모델이었다. 워낙 거대한 드론이 천천히 표적에 접근했기 때문에 당시 암살 시도는 간단하게 저지됐지만, 7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드론 기술이 대단히 발전했기 때문이다.

새·곤충·물고기로 위장한 암살 드론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전에 투입한 비둘기를 닮은 드론. X 캡처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전에 투입한 비둘기를 닮은 드론. X 캡처


우선 소형화·위장 기술이 발전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론은 크고 비싸고 무거웠지만 지금은 소형화·경량화한 모터와 배터리, 비행제어장치를 붙여 손바닥보다 작은 드론이 카메라 등 임무장비를 싣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과거 드론은 최소 4개의 모터를 달아 누가 봐도 드론인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드론 중에는 비둘기나 참새의 깃털과 날갯짓까지 모사한 모델도 있다.

중국군이 현재 사용 중인 비둘기 형상 드론은 사람이 손으로 날릴 수 있고, 전자광학·적외선 카메라를 싣고 30분 이상 체공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날아다니는 모습이 비둘기와 똑같기 때문에 사람이 손으로 잡아보기 전까지는 그것이 새인지 드론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런 드론에는 수십g 정도의 폭약도 설치할 수 있는데, 이 정도 양은 차량이나 장갑차를 부수기는 어렵지만, 사람 하나 정도는 아주 쉽게 죽일 수 있다. 최근 중국은 날개를 폈을 때 2㎝, 무게 0.3g에 불과한 곤충 형상의 정찰 드론을 개발했는데, 이 드론에 독극물을 묻혀 사용할 경우 사람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목표물이 배를 탄 사람이라면 물고기로 위장한 드론으로 공격할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이 만든 잉어·아로와나 형상의 수중 드론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잡아 확인하지 않는 이상 그것이 진짜 물고기인지 드론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수중 드론도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이러한 수중 드론은 정찰용도로 사용되지만, 폭발물을 싣고 낚싯배에 타고 있는 사람이나 수영하는 사람을 직접 공격할 수도 있다.


중국이 개발한 비둘기 드론. X 캡처

중국이 개발한 비둘기 드론. X 캡처


최근 보급되는 드론들은 항재밍·인공지능(AI) 기능까지 적용되고 있다. 드론 위협이 확산되면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카운터 드론 장비는 대부분 드론의 원격제어 신호나 위성항법신호를 차단해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재머(Jammer)와 같은 소프트킬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드론 가운데는, 이러한 재밍에 대응하기 위해 외부와 무선 교신을 하지 않고 내장된 AI가 드론을 제어해 스스로 표적을 탐지·식별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갖춘 것도 있다. 우크라이나가 6월 러시아 전략 폭격기들을 기습 공격한 ‘거미줄 작전’ 때 썼던 드론이 바로 이런 AI 드론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앞서 소개한 새·곤충과 같은 형상의 초소형 드론에 항재밍·AI 기술이 결합된 암살 드론의 등장이다. 기반 기술들은 이미 완성·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미 만들었다고 봐야 할 이러한 암살 드론은 일단 탐지·식별부터 어렵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란이 위협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에서 휴가를 즐길 때 새나 곤충으로 위장한 드론들이 그를 공격하는 시나리오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형 암살 드론 위협 대비해야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드론을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이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 인근에서 드론을 띄우고 있다. 바흐무트=AP 연합뉴스


플로리다 마이애미 근처에 있는 마러라고는 여의도 면적에 필적하는 거대한 부지에 리조트와 골프장 등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이곳은 외부 선박이나 항공기가 접근할 수 없는 통제 구역이지만 서쪽으로는 호수, 동쪽으로는 대서양을 두고 있고, 생태계의 보고인 빙엄 아일랜드 오듀본 보호구역이 있어 다양한 야생동물이 넘쳐나는 곳이다. 이곳에 서식하는 야생 조류로 위장한 드론이 언제든 마러라고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거미줄 작전’ 때 이런 소형 드론의 기습 공격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목도했다. 당시 표적이 됐던 러시아 주요 공군 기지들은 드론을 요격하기는커녕 드론이 날아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그들은 멀쩡하게 주기돼 있던 항공기들이 펑펑 터져나가는 동안에도 무엇이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는지 몰랐다. 우크라이나가 사용한 드론들이 앞서 설명한 조류·곤충 형상 드론보다 훨씬 컸는데도 말이다.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드론 정밀 타격용 레이저 대공무기 형상도. 방사청 제공

방위사업청이 추진 중인 드론 정밀 타격용 레이저 대공무기 형상도. 방사청 제공


물론 무기 체계의 역사는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으니 당연히 이런 소형 암살 드론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런 암살 드론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이러한 드론 대응에 특화한 전문 장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체적이 작고 동물로 위장할 수 있는 이러한 소형 드론을 탐지·식별하려면 X밴드와 같은 짧은 파장을 쓰면서도 출력이 우수한 레이더, 대상의 열형상을 정확히 식별해 그것이 드론인지 동물인지 구분할 수 있는 열화상 센서를 통합해 표적을 식별할 수 있는 탐지 수단부터 만들어야 한다.

일단 탐지만 된다면 격추는 생각보다 쉽다. 최근에는 소형 드론을 소총으로 쏴서 맞출 수 있도록 조준·격발을 보조하는 소총용 사격통제시스템 ‘스매시(SMASH)’나 ‘제로마크(ZeroMark)’ 같은 장비도 있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장착 가능한 크기의 고출력 극초단파(HPM) 무기도 발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이번 암살 위협으로 미국 비밀경호국은 분명 일반적인 형상의 소형 드론은 물론 동물 형상의 암살 드론 공격에 대비한 대응 장비와 매뉴얼 준비를 서두르고 있을 것이다. 이런 드론 위협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다. 우리 군과 경찰, 경호처 등 유관 기관 역시 새롭게 등장한 위협에 허를 찔리지 않도록 관련 기술 발전 동향과 해외 사례 연구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