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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5억 매출 리퍼비시 전문기업 '도구모음', 중고 신뢰 문제를 품질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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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65억 매출 리퍼비시 전문기업 '도구모음', 중고 신뢰 문제를 품질로 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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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 소상공인 집기 거래에서 시작해 전자제품 리퍼비시 전문으로 피벗
– 노트북 한 대 재활용으로 CO2 149kg 절약, ISO 14001 환경인증 획득
– 신뢰와 품질로 B2C 매출 65억, 올해 B2B 포함 100억 전망

중고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동시에 불거진 신뢰 문제.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을 확신할 수 없어 망설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중고 시장의 근본적 한계를 정면 돌파를 하며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전자제품 리퍼비시 전문기업 '도구모음'이다.
도구모음은 '리퍼연구소'라는 브랜드로 중고 노트북을 중심으로 태블릿, 데스크탑까지 판매하며 지난해 B2C 매출 65억 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B2B까지 포함해 1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순한 중고 거래가 아닌 '회사가 직접 매입해서 품질을 보증하는' 구조로 중고 시장의 신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도구모음 박경근 대표(우)와 이성희 팀장(좌)


황학동 폐업 집기에서 시작된 창업 스토리
도구모음의 창업 배경은 독특하다. 원래는 폐업하는 소상공인과 창업하는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시작했다.
"연간 소상공인 80만 명이 폐업하는데, 그분들이 집기를 헐값에 땡처리하는 뉴스를 봤어요. 반면 창업하는 110만 명은 중고를 사더라도 비싸게 사고 있더라고요." 박경근 대표의 설명이다.
황학동 만물거리 한편에는 소상공인 폐업 물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거리가 있다. 여기서 업체들이 헐값에 매입해 창고에 쌓아뒀다가 창업자들에게 제값을 받고 파는 구조였다. 이를 플랫폼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2019년 창업 후 시행착오를 겪던 중 코로나가 터졌다.

"코로나로 폐업률이 급증하면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어요. 그때 거래처 중 노트북 파시는 분이 '직접 매입해서 팔아보라'고 제안하셨죠."
한두 대로 시작한 노트북 거래가 재택근무 확산과 맞물리며 급성장했다. 무엇보다 공유오피스라는 제약된 공간에서 노트북은 취급하기 적합한 상품이었다. 원래 계획했던 플랫폼에서 전자제품 전문 리퍼비시 사업으로 완전히 피벗한 셈이다.

가족에게도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7단계 프로세스
도구모음이 중고 시장에서 차별화되는 핵심은 품질관리다. 품질관리팀의 목표는 명확하다. '우리 가족한테도 팔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

"입고부터 출고까지 총 7단계 프로세스로 진행합니다. 18가지 시스템 항목 점검과 6가지 외관 검수를 거쳐요." 이상희 팀장의 설명이다.
보증 체계도 탄탄하다. 소프트웨어는 3년, 하드웨어는 3개월 보증을 제공하고, 유상 AS는 평생 지원한다. 타임롤백 서비스로 언제든 초기 상태로 되돌릴 수 있고, 14일간 무료 사용 기간도 제공한다.
모든 제품은 등급화해서 특이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S급부터 B급까지 다양한 외관 등급으로 분류해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킨다.

B2B 확장으로 수익성 개선 기대
현재 도구모음의 수익성은 높지 않다. 가격 경쟁력과 서비스 품질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는 B2B 사업이 게임체인저가 될 전망이다.
"월 초에 5천만 원이던 B2B 매출이 지금은 1억 중반까지 올라왔어요."
B2B의 기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다. 중견 기업에서 노트북 매입 업체를 찾다가 도구모음을 알게 된 것이다. 기존에 5만 원에 땡처리하던 노트북을 도구모음은 15만 원에 매입했다. 기존 매입 방식보다 싸게 매입하면서도 기업에는 3배 높은 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다.
"저희 같은 업체가 대규모 매입과 결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요.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AI 기술로 더욱 정교한 검수 시스템 구축
도구모음은 정부 지원사업을 통해 AI 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AI 데이터바우처와 AI 혁신바우처 사업에 선정되어 노트북 외관 자동측정 AI를 개발, MVP까지 완료했다.
"노트북을 올려놓으면 사방을 자동으로 찍어서 등급을 매기는 시스템이에요. 하드웨어 개발까지 완료되면 도입할 예정입니다."
하드웨어 자동점검 시스템도 구축했다. USB를 꽂으면 소프트웨어적 이상을 자동 탐지해서 ERP로 결괏값을 업로드하는 시스템이다. 중고거래 전문 ERP 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상품화 진행 상태부터 실시간 재고 관리까지 효율화했다.

도구모음이 추구하는 가치는 단순한 중고거래를 넘어선다. 이들의 사업 모델 자체가 환경 보호를 실현하는 사례다.

탄소배출량 89% 감소시키는 리퍼비시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E) 연구에 따르면, 노트북 한 대를 재활용하면 새 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을 89% 감소시킬 수 있다. 노트북 한 대당 CO2 149kg, 지구자원 665kg을 절약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저희가 재활용한 42,000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CO2 8,038톤, 지구자원 32,146톤, 물 286,299리터를 절약했어요. 이 정도면 침실 3개짜리 집 전체를 CO2로 채울 수 있는 양을 줄인 거죠."
특히 노트북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상당하다. 새 노트북 제조 시 167kg의 CO2가 배출되는데, 이는 새 노트북 3대만으로도 침실 3개짜리 집 전체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리퍼비시를 통해 제품을 재순환하면 이런 탄소 배출을 89%까지 줄일 수 있다.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 획득
이런 환경 보호 성과를 인정받아 도구모음은 ISO 14001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했다. 창업도약패키지 주관사인 탄소진흥원에서 추천해 취득하게 된 인증서다.
"ESG가 최근 화두인데, 저희 같은 경우는 내부적으로 전체 시스템이 환경경영에 맞는지 판단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있어요."
도구모음은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환경과 합리성을 동시에 챙기는 소비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정가 대비 50~60% 저렴한 가격에 오히려 새 제품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환경 보호라는 가치까지 실현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알 수 있는 친환경 리퍼커머스 브랜드 목표



도구모음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중고 제품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전환이다. 3~5년 후 전 국민이 중고 제품을 생각할 때 바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중고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 환경도 생각하고 합리성을 동시에 챙기는 선택이 중고 리퍼 제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카테고리 확장도 환경 보호 관점에서 접근한다. 노트북에서 태블릿, 데스크탑을 거쳐 가전제품까지 확대해 전자제품 재활용 효과를 더 많은 영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으며, 프랑스 백마켓처럼 환경 보호를 실현하는 리퍼비시 유니콘을 꿈꾸고 있다.
"단순히 노트북 잘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고객들이 기대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중고 거래 시장의 신뢰 문제를 품질과 서비스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환경 보호와 순환경제 실현까지 이뤄내고 있는 도구모음. 이들이 꿈꾸는 '전 국민이 알 수 있는 친환경 리퍼커머스 브랜드'가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유형준 스타업 기자단 2기 기자 gudwns1501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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