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안방마님 최재훈 인터뷰
33년 만의 업적에 "투수들 덕분...내 지분은 20%"
물오른 타격감도 "재원이 형 도움 컸다" 공 돌려
"허인서가 눈치 주지만... 몇 년 더 주전하고파"
프로야구 한화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반기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돌풍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막강한 투수진이다. '원투 펀치'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10승)가 벌써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류현진(5승)과 문동주(7승)도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당연히 이들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들의 역할 역시 전반기 고공행진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 '독수리 비상'의 숨은 공신인 주전 안방마님 최재훈을 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났다.
"감회가 새롭긴 한데, 전 1위라는 숫자는 신경 쓰지 않아요."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이루지 못했던 업적을 달성했음에도, 최재훈은 '전반기 1위'라는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과거 (순위가) 밑에 있을 때는 위에 있는 팀들과 차이가 많이 나 보였는데, 이상하게 우리가 위로 올라오니 아래와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라며 "실제로 게임 차도 별로 안 나기 때문에 후반기에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매 경기 1승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33년 만의 업적에 "투수들 덕분...내 지분은 20%"
물오른 타격감도 "재원이 형 도움 컸다" 공 돌려
"허인서가 눈치 주지만... 몇 년 더 주전하고파"
한화의 안방마님 최재훈이 3월 30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KIA전에서 송구 후 공을 바라보고 있다. 한화 제공 |
프로야구 한화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전반기 순위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빙그레 시절이던 1992년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돌풍의 비결은 뭐니 뭐니 해도 막강한 투수진이다. '원투 펀치'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10승)가 벌써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고, 류현진(5승)과 문동주(7승)도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당연히 이들과 배터리를 이룬 포수들의 역할 역시 전반기 고공행진에 큰 지분을 차지했다. '독수리 비상'의 숨은 공신인 주전 안방마님 최재훈을 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만났다.
"감회가 새롭긴 한데, 전 1위라는 숫자는 신경 쓰지 않아요."
강산이 세 번이나 변하는 동안 이루지 못했던 업적을 달성했음에도, 최재훈은 '전반기 1위'라는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과거 (순위가) 밑에 있을 때는 위에 있는 팀들과 차이가 많이 나 보였는데, 이상하게 우리가 위로 올라오니 아래와 큰 차이가 없는 느낌"이라며 "실제로 게임 차도 별로 안 나기 때문에 후반기에 격차를 더 벌려야 한다. 매 경기 1승을 따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최재훈(오른쪽)이 5월 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를 끝낸 후 승리투수가 된 정우주를 축하하고 있다. 한화 제공 |
그가 경각심을 가지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화는 시즌 초 타선이 터지지 않아 꼴찌에 머무른 적도 있었다. 투수진의 대활약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아직 반이나 남은 시즌 중에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 최재훈은 "초반에 팀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감독님, 코치님들이 선수들을 다독여서 팀이 다시 살아났는데, 이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스로에 대한 평가도 박했다. 그는 '전반기 1위에 자신의 지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20% 정도"라고 운을 뗀 뒤 "포수들이 뭔가를 했다기보단, 그냥 잘 던지는 투수들을 뒤에서 받쳐줬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최재훈(왼쪽)이 5월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와 더블헤더 1차전 도중 '한 경기 18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한 선발 투수 코디 폰세와 포옹을 하고 있다. 한화 제공 |
모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지만, 사실 그는 투수진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안방마님이다. 특히 그와 함께 11승(무패)을 합작한 폰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초이(Choi·최재훈)'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다. 그는 "폰세가 원체 가지고 있는 게 많아서 나는 약간의 소스만 줬을 뿐인데, 그렇게 말해주니 그저 감사하다"며 "폰세야말로 내 커맨드에 고개를 잘 젓지 않는 투수다. 오히려 날 믿고 따라줘서 내가 더 고맙다"고 강조했다.
막강 투수진을 이끌고 있어 포수로서의 활약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지만 최재훈은 올 시즌 공격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그는 올해 7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0(155타수 48안타) 1홈런 20타점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은 충족하진 못했지만, '커리어 하이 시즌' 페이스다. 9일 대전 KIA전에선 2-3으로 뒤진 4회말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5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최재훈이 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 4회말 역전 결승 스리런포를 터뜨린 후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한화 제공 |
그는 이 역시 교대로 출전하고 있는 같은 포지션의 이재원에게 공을 돌렸다. 최재훈은 "내가 계속 뛰었으면 체력이 떨어져서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재원이 형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나도 편하게 경기를 치를 수 있다"고 전했다. 어느새 30대 후반의 노장이 된 최재훈과 이재원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다만 둘의 나이를 고려할 때 한화는 슬슬 차기 주전 포수감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최재훈은 "재원이 형도 저도 후배들이 치고 올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허인서, 장규현 등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잘 성장하면 한화는 최강 포수진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허)인서가 자꾸 눈치를 주긴 하는데... 그래도 내가 몸이 될 때까지 몇 년은 더 주전으로 마스크를 쓰고 싶다"며 웃었다.
한화의 전반기 1위 확정으로 최재훈의 '우승 포수' 꿈도 5부 능선을 넘었다. 그는 2015·16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지만, 당시에는 양의지라는 대형 포수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최재훈은 "골든글러브 수상 등 많은 목표가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우승 포수가 제일 되고 싶다"며 "50승을 선착한 팀의 주전 포수로서, 팀과 함께 가을야구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최재훈이 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KIA전 승리 후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박주희 기자 |
대전 =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