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에서 열린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침해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방안’ 토론회. 민주노총 제공 |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화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결성한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규정해 제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은 8일 국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침해하는 공정거래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사업자단체란 형태와 상관 없이 둘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의 이익을 증진할 목적으로 조직한 결합체 또는 그 연합체를 말한다.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는 건설·화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가 노조를 통해 파업이나 교섭에 나설 때 공정위가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혐의 등을 적용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당초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이 노조 활동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강동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노안법규국장은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노조 활동을 부당한 공동행위·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의 본래 취지를 왜곡한다”며 “특수고용노동자가 사업자가 아니고, 노동조합이 사업자단체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공정거래법에 명시될 필요가 있다 .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한 권리를 공정위가 무력화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공정위는 건설·화물 노동자가 만든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대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 4건과 과징금 총 3억1200만원을 부과했다. 또 2022년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가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에 대해 현장조사를 시행하려 했고, 화물연대가 응하지 않자 조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달 5일 1심 재판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근로조건과 직결된 정당한 쟁의행위이므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7일 특수고용노동자와 노조를 각각 공정거래법상 사업자와 사업자단체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사업자의 범위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근로자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무제공자를 제외하고, 노동조합법상 노조에 해당하면 사업자단체로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참가자들은 노조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이 같은 입법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사용자나 다른 노조와 갈등하는 국면에서 상대방은 일단 노조를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고, 공정위는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해야 하는데 조사 과정 자체가 노조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이런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것은 입법적으로 필요하고 노조 보호, 노동기본권 보장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 영향, 국제 표준 등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