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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한다면서 ‘특활비’ 되살린 민주…“정면 역행” 당 안팎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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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한다면서 ‘특활비’ 되살린 민주…“정면 역행” 당 안팎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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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밤 국회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해 통과시킨 추가경정예산안에 민주당이 지난해 말 전액 삭감했던 대통령비서실과 검찰의 특수활동비가 포함되면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특활비 사용처를 투명하게 증빙하도록 했고, 사용 시점도 ‘검찰개혁 입법 이후’로 못박아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도 ‘명분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을 살펴보면, 대통령실 41억2500만원, 법무부 40억400만원, 감사원 7억5900만원, 경찰청 15억8400만원 등 4개 기관 특활비 약 105억원이 포함돼 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11월 민주당은 2025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특활비 82억5100만원, 검찰 특활비 80억900만원 등을 전액 삭감한 바 있는데, 이번에 통과시킨 추경안에 삭감 예산의 6개월분을 되살린 것이다. 특활비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정보 수집, 사건 수사 등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업무에 쓰이는 경비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활비 증액은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에 첫번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자그마한 돌부리라도 걸리면 넘어지게 된다”고 했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명지대 객원교수)은 “고강도 개혁을 할 것처럼 집권했는데 (친윤 논란이 있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특활비 부활까지 더해졌다. 제도를 바꾸겠다면서도 행정은 그대로 유지하면 개혁 대상인 검찰도, 받아들이는 국민도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앞서 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인 4일 저녁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 의견을 청취하지 않은데다 전액 복원은 문제”라는 등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은 ‘특활비 편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특활비를 불투명하게 꼼수로 집행한 게 문제였지, 특활비 자체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날 “지난해 특활비를 전액 삭감할 당시의 취지는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존중해 사용처를 제대로 증빙하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문제는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는 특활비가 포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활비는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적극적으로 (사용처를) 소명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면서 전향적으로 검토를 다시 해야 된다”는 민주당 쪽 의견이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부가 알아서 특활비를 추경안에 편성하기 힘들고 국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실만 복구하면 비판이 거셀 것이기 때문에 (검찰까지) 함께 복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난 4일 본회의를 통과한 추경안에 ‘법무부는 검찰 특활비를 검찰 개혁입법 완료 뒤 집행한다’는 부대의견을 달면서 논란은 표면적으로 가라앉는 분위기지만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인 검찰개혁의 기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주의를 물어뜯은 검찰에 힘이 되는 예산을 주는 건 다시 먹이를 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불투명한 사용 문제로 전액 삭감했던 예산을 아무런 제도 개선이나 지출 근거 제출 없이 다시 편성했다”며 “야 4당이 함께 추진한 검찰개혁의 방향에 정면으로 역행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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