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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금융 안녕?...김서준 대표가 예상하는 스테이블코인 미래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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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금융 안녕?...김서준 대표가 예상하는 스테이블코인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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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준 해시드 대표(김서준 페이스북 계정 캡처)

김서준 해시드 대표(김서준 페이스북 계정 캡처)


“1차적으로 사용자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음원을 구매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즉시 아티스트와 제작사에게 수익을 자동 분배합니다. 더 나아가, 한 유튜버가 이 음원을 자신의 영상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영상 플랫폼은 해당 음원의 고유한 디지털 지문을 인식하고, 영상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의 일부를 음원의 스마트 컨트랙트로 자동 전송합니다. 그러면 스마트 컨트랙트는 2차 저작권료를 즉시 원작자들에게 약속된 비율로 재분배합니다. 샘플링, 리믹스 등 모든 2차 창작물의 수익 흐름이 투명하게 자동화돼 창작자는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게 됩니다.”

이런 미래 예측을 한 이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다. 음악 저작권 계약의 진화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가 최근 페이스북에 스테이블코인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내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글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가져올 미래 변화를 엿보고, 그가 왜 이토록 열정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를 역설하는지 그 이유를 짚어본다.

스테이블코인 뭐길래?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 화폐나 금 같은 실물 자산의 가치에 1대 1로 고정되도록 설계된 가상자산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특성 덕분에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의 탈중앙화·효율성이라는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법정 화폐의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스테이블코인을 해외 송금 수수료 절감이나 빠른 결제 속도 등 결제용 코인의 역할에만 주목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의 진정한 혁명은 코인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고 본다. 기반이 되는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모든 계약 관계에 ‘자율적 집행권’을 부여하는 거대한 인프라로 기능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은 약속의 연속이다. 기부를 제외한 모든 지불 행위는 상품, 서비스, 또는 데이터라는 반대급부를 전제로 한다. 그는 모든 계약이 ‘만약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if), 약속된 내용을 실행한다(then)’는 논리 구조를 가진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 이 약속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종이 계약서에 의존했고, 분쟁 발생 시 플랫폼 회사나 사법기관 같은 제3자의 개입을 통해 수동적으로 권리를 집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종이 계약서는 이런 논리를 수동적으로 기록한 ‘죽은 텍스트’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스마트 컨트랙트(블록체인 기반으로 특정 조건 충족 시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도록 프로그래밍된 코드)가 이 논리를 스스로 살아 움직이게 하는 ‘실행 가능한 코드’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프로그래머블 머니(특정 조건에 따라 프로그래밍된 방식으로만 사용되도록 설계된 돈)가 결합되고, 교환 대상인 상품과 서비스, 데이터마저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물리적 또는 디지털 자산을 블록체인상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과정)될 때 인류의 모든 경제 활동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한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그는 돈을 지불하는 행위가 더 이상 ‘약속의 시작’이 아니라, 돈의 지불이 곧 약속의 ‘완결된 실행’ 그 자체가 되며, 플랫폼이나 규제기관의 사후 개입을 통한 수동적 집행이 아닌, 코드에 의한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집행권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라지는 미래 경제 활동은?

김서준 대표는 이런 변화가 인류의 거래 방식이 진화해온 과정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신뢰를 담보하는 주체가 ‘사람’에서 ‘기관’으로, 그리고 마침내 ‘코드’로 옮겨가는 거대한 여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미래의 거래가 중개기관 없이 P2P 거래의 신뢰를 확보하며, 거래가 곧 계약의 완결된 집행이 되는 ‘자율적으로 집행되는 경제’를 탄생시킬 거라 내다봤다.

김 대표는 위에서 언급한 음악 저작권 계약의 진화 외에도 구체적인 미래 모습을 다음과 같은 혁신적인 사례들을 통해 상상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조건부 자동 보험 계약

농부가 가뭄 보험에 가입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보험료를 내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신뢰할 수 있는 날씨 데이터 제공자(오라클,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로 가져오는 시스템)와 연동된다. 만약 해당 지역의 강수량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사람이 손해를 사정할 필요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가 즉시 농부의 디지털 지갑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분쟁과 지연이 사라지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자금이 집행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부동산 계약의 진화

건물 소유권이 수천개의 토큰으로 분할돼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다고 김 대표는 상상한다. 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자율적인 경제 주체인 DAO(탈중앙화된 자율 조직, 블록체인 기반으로 특정 목표를 위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가 되는 세상을 그렸다. 이 건물(스마트 컨트랙트)은 임차인들의 디지털 지갑에서 월세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징수하고, 징수된 자금으로 재산세, 전기료, 유지보수 비용 등을 자율적으로 납부한다는 것이다. 남은 수익은 매주 혹은 매일 토큰 보유자들에게 지분만큼 정확하게 자동 분배되며, 모든 회계 장부가 투명한 공개 장부에 기록돼 모든 소유주가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율 과세·실시간 복지 시스템

국가의 조세 및 복지 시스템이 거대한 스마트 컨트랙트가 되는 미래를 김 대표는 제시했다. 기업이 개인에게 스테이블코인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순간, 법으로 정해진 소득세율만큼의 금액이 자동으로 분리돼 국세청 지갑으로 즉시 이체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 부가가치세가 자동으로 국고에 귀속돼 연말정산과 세금 탈루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다고 그는 전망했다. 한 개인의 소득 정보가 블록체인상에서 특정 기준 이하로 떨어지거나 실업 상태임이 증명되는 순간, 복지 스마트 컨트랙트가 신청이나 심사 과정 없이 즉시 그 사람의 지갑으로 기초생활수급비를 실시간 스트리밍하기 시작한다고 그는 부연했다.

김 대표는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효율화의 도구로만 보는 건 인터넷의 등장을 ‘더 빠른 우편 서비스’ 정도로 이해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진정한 가치는 코인을 넘어, 돈과 자산이 모두 프로그래밍 가능해지는 인프라 위에서 모든 형태의 계약이 스마트 컨트랙트로 대체될 거라는 무한한 기회에 있다고 설명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골든타임 놓쳐선 안 돼

김서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통화 주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본 유출, 환율 안정성 훼손 등을 이유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기축통화가 아닌 국가 입장에서 급격한 자본 이동이 금융 안정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타당하지만, 그 해법이 글로벌 표준이 된 기술 흐름을 원천 봉쇄하게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치 전염병이 무서워 병원 문을 닫는 것과 같은 자가당착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축된 자본 통제 시스템이 단기적 안정을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없는 보호막 의존, 디지털 혁신으로부터의 소외, 자본의 자발적 이탈이라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어떻게 유출을 막을 건가’가 아니라 ‘왜 자본은 원화 시스템을 떠나려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김 대표는 자동차, 영화, 금융 카드 산업 등 과거 한국이 수많은 산업에서 보호주의적 사고를 반복했던 사례를 들며, 보호가 아니라 경쟁이 진짜 경쟁력을 만들었다는 공통점을 강조했다. ‘USDC가 무서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포기하자’는 주장은 ‘넷플릭스가 무서워 웨이브나 티빙을 만들지 말자’는 말과 같으며, 그 결과는 단순히 외국 플랫폼의 독과점이 아니라 모든 디지털 거래의 수수료와 데이터 주권을 해외에 상납하고 ‘디지털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김 대표는 글로벌 논의가 이미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넘어, JP모건, 씨티은행 같은 글로벌 금융기관이 주도하는 토큰화 예금(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상의 토큰 형태로 발행한 디지털 화폐)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전통 금융 시스템이 직접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며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잡는 동안 한국만 이 거대한 흐름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원화 기반의 디지털 교환 수단이 없다면 디지털 달러에 대한 종속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미래를 위한 제언

김서준 대표는 지금이 무작정 금지할 때가 아니라, 제대로 설계하고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통제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제언을 했다.

첫째, 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발행을 허용하되, 100% 실물 자산 담보 의무, 실시간 외부 감사, 투명한 청산 메커니즘을 포함한 포괄적 규제 체계를 구축해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스마트 규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둘째, 디지털 외환 샌드박스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제한된 규모 안에서 원화 및 외화 스테이블코인의 상호 운용을 허용하여 리스크를 통제하며 점진적으로 혁신을 수용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험을 통한 학습과 개선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셋째, 김 대표는 원화 국제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남아, 중동 등 신흥국과의 디지털 결제망을 구축하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수요를 창출하고, 원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내 주요 통화로서의 지위 확립이 목표여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대표는 “미래의 돈을 가지지 않고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세계의 새로운 질서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 산업의 지형이 재편되고 있는 만큼 한국의 규제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갈지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지난해 스테이블코인의 거래량은 비자카드의 결제량을 넘어섰고 금융사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제도 미비로 금융사들이 가상자산 관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시장 변화에 따른 적응이 계속 늦어지면 막대한 규모의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국이 인구가 많지 않은 국가임에도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유출되는 국가 4위(1위 중국·2위 영국·3위 인도)에 자리하는 반면,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등 디지털 금융 산업 제도 정비를 선도하는 국가들은 고액 자산가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 정부 대통령실 초대 정책실장에 해시드 출신인 김용범 전 차관이 임명되면서, 향후 국내 스테이블코인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글(김서준 페이스북 계정 캡처)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글(김서준 페이스북 계정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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