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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고 짖기만"…개 6마리와 자란 '태국판 모글리'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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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하고 짖기만"…개 6마리와 자란 '태국판 모글리' 구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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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웃 외면으로 6마리 개와 생활

지난달 30일 태국 우따라딧주 라프래에서 경찰과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개와 함께 살도록 남자아이를 방치한 형(왼쪽 두 번째)과 엄마(왼쪽 세 번째)를 조사하고 있다. 그 옆에 개와 함께 살아온 소년(왼쪽 네 번째)이 서 있다. 까오솟 캡처

지난달 30일 태국 우따라딧주 라프래에서 경찰과 아동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개와 함께 살도록 남자아이를 방치한 형(왼쪽 두 번째)과 엄마(왼쪽 세 번째)를 조사하고 있다. 그 옆에 개와 함께 살아온 소년(왼쪽 네 번째)이 서 있다. 까오솟 캡처


태국에서 부모와 이웃에 외면당한 채 개와 함께 살아온 8세 소년이 구조됐다. 발견 당시 그는 말을 못 하고 개처럼 짖기만 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4일 태국 일간 까오솟 등에 따르면 태국 경찰과 교육부 관계자 등은 지난달 북부 우따라딧주(州) 외딴 마을 주택을 급습해 한 소년을 구조했다. 현지 초등학교 교장과 아동보호단체의 신고로 수색이 이뤄졌다.

그는 어머니(46), 형(23)과 함께 살았지만 사실상 방치된 상태에서 개 6마리와 주로 의사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주지는 나무로 된 낡은 주택으로, 붕괴 직전 상태였다. 현장을 찾은 아동보호단체 대표 빠위나 홍사꾼은 “도착했을 때 소년은 말을 하지 못하고 개처럼 짖기만 했다. 너무 안타까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유치원을 다닌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도 딱 한 차례밖에 가지 않았다. 사실상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다. 홍사꾼 대표는 “소년의 어머니는 무상교육 보조금 400바트(약 1만6,000원)를 받은 뒤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보조금 수령을 위한 형식적 등록이었던 셈이다.

어머니는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았다. 그사이 소년은 대부분의 시간을 개들과 보냈다. 사람과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개의 행동을 모방하고, 짖는 소리로 의사소통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이웃들도 자녀가 소년과 어울리지 못하게 하면서 고립은 더 심화됐다.

태국 당국이 어머니와 형을 체포해 마약 검사를 한 결과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됐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한 교사는 “그 집은 ‘마약 위험 지역’에 속해 있다”며 “소년에게 친구는 오직 개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방 당국은 소년을 지역 아동 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 아동보호단체는 정규 교육과 사회 재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홍사꾼 대표는 “소년이 좋은 삶을 살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