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최지혜, 경성 주택 탐구생활
"백만 원이 공짜로 생긴다면 웨이트리스도 집어치우고 우선 문화주택을 하나 짓겠다."
1933년 월간 잡지 '별건곤' 6월호에 실린 웨이트리스 백애영씨의 말이다. 당시도 '내 집 장만'이 돈 생기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여겨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 수준과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는 예나 지금이나 집이었다.
신간 '경성 주택 탐구생활'은 100년 전, 경성의 '남의 집' 탐방기이다. 미술사학자이자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인 저자가 당대 "주거문화의 최전선"에 있었던 "소위 '있는 사람들의 집'"을 2년 넘게 수없이 들락거리며 완성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흥미로운 남의 집 구경이란 소재로, 집이란 공간의 역사와 변천을 다룬다.
최지혜, 경성 주택 탐구생활
1939년 11월 '조선과 건축'에 실린 '문화주택'의 내부. 응접실 한쪽에 당시 문화주택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던 피아노가 놓여 있다. 혜화1117 제공 |
"백만 원이 공짜로 생긴다면 웨이트리스도 집어치우고 우선 문화주택을 하나 짓겠다."
1933년 월간 잡지 '별건곤' 6월호에 실린 웨이트리스 백애영씨의 말이다. 당시도 '내 집 장만'이 돈 생기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여겨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 수준과 생활 수준을 나타내는 가장 상징적인 지표는 예나 지금이나 집이었다.
신간 '경성 주택 탐구생활'은 100년 전, 경성의 '남의 집' 탐방기이다. 미술사학자이자 근대 건축 실내 재현 전문가인 저자가 당대 "주거문화의 최전선"에 있었던 "소위 '있는 사람들의 집'"을 2년 넘게 수없이 들락거리며 완성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흥미로운 남의 집 구경이란 소재로, 집이란 공간의 역사와 변천을 다룬다.
책은 '문화주택'이 지금의 강남 아파트처럼 서민이 선망하는 주거지였던 당대 분위기부터 짚는다. 문화주택이란 용어는 1920년대 일본에서 유래됐는데, "문화라는 말이 한 유행어(1927년 1월 잡지 '동광')"가 된 데서 기인했다. 이때 문화는 자연과 대비되는 말로, 주택의 특정 형태를 지칭한다기보다 "이상적 주택이란 뜻"으로 폭넓게 불렸다. 설명하자면 외관은 양풍, 내부는 일본식과 온돌방이 뒤섞인 "양·일·한식 짬뽕 스타일"이었다.
1933년 2월 '조선과 건축'에 실린 조선식산은행 별관 내부. 당시 유행했던 화려한 꽃무늬 벽지가 발려 있다. 혜화1117 제공 |
책은 집 안을 속속들이 살핀다. 벽지와 유리, 조명, 커튼까지 집 구석구석의 재료와 장식까지 다룬다. 한국 주택사를 다룬 기존 책들이 외형이나 공간 구조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다른 지점이다. 저자는 "한국 근대 건축의 역사가 그러했듯이 실내 공간의 역사 또한 '혼종의 역사'라는 결론은 뻔하다"면서 "그럼에도 나는 사람들이 일상을 이루는 '자잘한 것'에 관심을 갖는다고 여기고, 그 자잘한 것들에 대해 함께 펼쳐놓고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신문과 잡지, 광고와 그림, 포스터 등의 이미지 700점을 빼곡히 수록해 당대 주택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경성 주택 탐구생활·최지혜 지음·혜화 1117 발행·556쪽·3만5,000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