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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완수" "차분히 논의"... 여권, 검찰개혁 '배드캅·굿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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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완수" "차분히 논의"... 여권, 검찰개혁 '배드캅·굿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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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경파 검찰개혁 토론회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 공언
정성호 법무부장관 “국민 피해 없게”
배드캅, 굿캅 역할 분담 시각
여론 추이 보며 최종 조율 나설 듯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왼쪽 두 번째) 의원과 박찬대(오른쪽 첫 번째)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왼쪽 두 번째) 의원과 박찬대(오른쪽 첫 번째) 의원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불협화음일까, 계산된 작전일까. 검찰개혁을 둘러싸고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묘하게 엇갈린다.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은 2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토론회를 열고 "추석 전 검찰 개혁 완수" "끝을 보자" 등 거친 목소리를 쏟아냈다. 반면 친이재명계 핵심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검찰개혁 과정에서 국민 피해가 없게 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정부·여당 간 이견이란 시각도 있지만, 민주당에선 "강경파와 정 후보자가 검찰개혁의 배드캅과 굿캅 역할을 분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경파의 목소리를 앞세워 검찰개혁 분위기를 한껏 키운 다음 온건·합리적 성향의 정 의원이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조율자로 낙점됐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오른쪽), 박찬대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청래(오른쪽), 박찬대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토론회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강경파 "검찰개혁 끝장 봐야"


강경 검찰개혁론자인 김용민·민형배·장경태 의원이 주최한 이날 ‘검찰개혁 토론회’에는 의원 30여 명과 당대표 선거 경쟁 중인 박찬대·정청래 의원도 참석해 '신속한 검찰개혁 추진'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박 의원은 축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조롱해 끝내 죽음으로 내몬 것이 검찰"이라며 "이번에는 끝을 봐야 한다"고 했고, 정 의원도 "검찰개혁은 폭풍처럼 몰아쳐 전광석화처럼 (검찰을) 해체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토론회에서도 검찰 해체 요구가 쏟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이었던 김필성 변호사는 발제문에서 "검찰은 마피아 조직처럼 국가 권력을 나눠 가진 강력한 이익집단으로 변질됐다"며 "검찰개혁은 조직으로서의 검찰을 분쇄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사·공소권을 독점한 검찰을 해체하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개는 게 민주당 검찰개혁안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추석 전 검찰개혁 완수'라는 시간표도 나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이미 검찰의 수사권·공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개혁 법안은 성안이 완료된 상태"라며 "8월 새 당대표 선출→9월 검찰개혁 마무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대표 후보들도 "9월까지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박찬대) "추석 귀향길 자동차 라디오에서 검찰청 폐지 뉴스를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정청래)이라고 공언한 상황이다.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성호 "신중하고 차분하게 준비"


검찰개혁을 마냥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정 후보자의 입장과도 온도 차가 있다. 정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며 “국민 눈높이에 맞춘 검찰개혁, 사법체계 변화를 고민해야 할 입장"이라며 "굉장히 신중하고 차분하게 고민하고 준비하겠다"고 했다. 검찰개혁이 입법 사항인 만큼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충분한 협의도 약속했다.


이를 두고 "검찰개혁을 주도할 얼굴이 달라졌을 뿐 내용은 동일하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 후보자는 검찰개혁을 합리적으로 하겠다는 말이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처럼 검찰개혁을 밀어붙이다 민심을 잃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온건한 성향인 정 후보자에게 조율하는 역할을 맡긴 것이란 얘기다. 실제 정 후보자도 "검찰개혁 방향에 동조하지 않는 검사는 없을 것"이라며 개혁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다만 개혁 속도와 범위를 두고 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여론 추이를 보며 조율에 나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9월 내 검찰 개혁은 가능한 목표지만 논의할 부분들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검찰개혁은 여권의 숙원이지만, 새 정부 초기 민생·경제 회복이 시급하다는 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곽주은 인턴 기자 jueun1229@sookmy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