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 의미는 적지 않다. 그는 민노총 내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노동계 몫으로 장관직에 내정된 만큼 양대 노총의 거센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후보자가 내정 다음 날 정부의 각종 위원회를 거론하며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 것은 노동계 출신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양대 노총은 이미 대선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여기고 있다. 이 요구 대응에 장관직 수행의 성패가 달렸다는 건 김 후보자 스스로 되새길 얘기다.
노동계는 첫 시험대로 ‘노조 회계 공시 제도’를 주목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노사 법치 확립’ 정책의 상징이라는 이 제도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해야 조합원이 낸 조합비의 1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조합원 이득을 위해선 노조의 살림살이를 드러내야 해 양대 노총의 불만이 컸다. 김 후보자가 지명되자 양대 노총이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회계 공시 제도를 전면 폐지하라”고 외친 건 예고된 일이었다.
양대 노총은 이미 대선 청구서를 내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재명 정부 출범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여기고 있다. 이 요구 대응에 장관직 수행의 성패가 달렸다는 건 김 후보자 스스로 되새길 얘기다.
노동계는 첫 시험대로 ‘노조 회계 공시 제도’를 주목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노사 법치 확립’ 정책의 상징이라는 이 제도는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해야 조합원이 낸 조합비의 1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조합원 이득을 위해선 노조의 살림살이를 드러내야 해 양대 노총의 불만이 컸다. 김 후보자가 지명되자 양대 노총이 곧바로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회계 공시 제도를 전면 폐지하라”고 외친 건 예고된 일이었다.
문제는 김 후보자의 발언이 민노총 소속 누구에게서나 나올 법한 얘기였다는 점이다. 그는 지명 직후 노사 법치주의에서 글자 하나만 바꾼 ‘노사 자치주의’ 실현을 강조하며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하고 결사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회계 공시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양대 노총이 ‘정부가 노조 내부 운영에 관여한다’고 말해 온 것과 같은 주장이다.
노조 회계 공시 제도의 핵심은 투명성이다. 고용노동부도 그동안 “노조 회계 공시는 노동조합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하고, 조합원과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시대적 요구”라고 말해 왔다. 그 뜻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고 김 후보자도 모를 리 없다.
더욱이 양대 노총의 요구는 이재명 대통령 공약과도 상충한다. 이 대통령은 사회 전반의 투명성 향상을 위해 회계 제도를 재정비하겠다며, 기업·비영리 회계를 총괄하는 ‘회계 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말한 ‘사회 전반’에서 노조만 빠지겠다는 건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다.
고용노동부는 지방 6청, 40지청을 포함해 1만1775명이 근무하는 거대 부처다. 노동자 권리 보호뿐 아니라 일자리, 기업 경영, 생산성 등까지 정책 보폭이 넓다. 노동부에서 고용노동부로 재편된 뒤에는 대부분 고용과 노동을 아우른다고 여길 만한 이들이 장관직에 앉았다. 김 후보자는 민노총 위원장 출신의 편향 우려에 대해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며 일축했다. 그 말의 진위는 곧 확인될 것이다. 성과로 여긴 제도를 공무원들에게 스스로 의미 격하해 수정하라고 지시한다면, ‘노동계 몫 장관’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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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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