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동물구호체계 현황 보고서 발간
올해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동물 5만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태는 국가 재난관리체계 내 동물구호의 법·제도적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2025년 영남지역 대형 산불 사례를 통해 본 동물구호체계 현황과 입법·정책적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이번 산불로 반려동물 1,944마리와 가축 5만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반려동물의 사망률은 81.5%(1.665마리)였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재해구호법'은 인명과 재산 보호 중심으로 동물구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재난 발생 시 동물의 구조·이송·보호가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불 피해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구호 상황실을 설치했지만, 동물 대피나 피해 최소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경북 영양군에서 산불 피해 속 살아남은 염소. 호흡기 증상으로 긴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
올해 3월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동물 5만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태는 국가 재난관리체계 내 동물구호의 법·제도적 공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4일 발간한 '2025년 영남지역 대형 산불 사례를 통해 본 동물구호체계 현황과 입법·정책적 개선과제' 보고서를 보면 이번 산불로 반려동물 1,944마리와 가축 5만 마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반려동물의 사망률은 81.5%(1.665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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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재해구호법'은 인명과 재산 보호 중심으로 동물구호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재난 발생 시 동물의 구조·이송·보호가 체계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불 피해 당시 농림축산식품부가 동물구호 상황실을 설치했지만, 동물 대피나 피해 최소화에는 한계가 있었다.
2023년 강원 강릉 산불 현장에서 발견된 토끼. 동물자유연대 페이스북 캡처 |
또 행정안전부의 국민재난안전포털 관련 지침에도 재난 시 동물구호 전반에 대한 절차나 운영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반려동물 보호자는 별도로 마련된 ‘반려동물을 위한 재난 대처법’을 참고하라는 안내를 받지만, 대피소 수용이 보장되지 않아 동반 대피가 어려운 상황이다.
가축 관련 재난 대응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보고서는 생업 자산 보호와 동물복지 측면 모두에서 구조적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업 종사자가 재난 발생 시 가축의 대규모 폐사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사전 대피 매뉴얼, 보호시설, 대응 절차 등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올해 2월 농식품부가 발표한 '제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는 2차 종합계획에 포함됐던 재난 대응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본보 3월 31일 보도)
경북 영덕군 지품면 한 주유소에 검게 그을린 강아지가 묶여 있다. 이 주유소는 산불로 절반 이상이 불에 탔다. 영덕=연합뉴스 |
반면 미국과 일본에선 동물구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계기로 재난 시 반려동물 보호의 한계를 인식하고 2006년 '반려동물 대피 및 수송법'을 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30개 주가 반려동물 대피·구호 관련 법령 또는 지침을 운영 중이다. 반려동물 대피 계획이 없으면 연방재난관리청으로부터 재난 구호 기금 지원이 제한된다. 하지만 가축은 여전히 제도적 보호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2013년 '재난 시 반려동물 구호 대책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후 2018년에는 환경성이 종합지침인 '사람과 반려동물의 재해 대책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관리체계를 구체화하고 동행피난 원칙을 명문화했다.
산불로 인한 동물 피해 현황. 입법조사처 보고서 캡처 |
보고서는 먼저 동물보호법 제34조에 '재난 시 구조·보호가 필요한 동물' 관련 조항을 신설해 지자체에 구조·이송·임시보호 등 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행안부와 농식품부, 지자체 간 협업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반려동물 동반 또는 전용 대피시설, 이동장과 사료 등 필수 물자 비축과 같은 물리적 기반을 확충하고 일반 대피자와의 분리된 공간 마련을 고려해야 한다고 적었다.
가축에 대해서도 생계 자산 보호 차원에서 방목지 확보, 축사 주변 정비 등 사전 예방과 임시 대피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