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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한국전력공사(KEPCO)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계통해석팀장이 24일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 KEPCO 전력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두 달 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챗GPT를 활용,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의 프로필사진(프사) 바꾸기 열풍이 불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지브리 붐이 일면서 챗GPT CEO 샘 올트먼마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릴 지경”이라며 난감해 했다. 과거 전력 사용의 최대 주범은 에어컨 등 생활가전이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 AI) 서비스로 인해 방대한 전력 에너지가 소모되는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이재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계통해석팀장은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와 인공지능(AI)산업, 전력망은 상호 밀접해 있는 문제”라며 “세 분야의 상생 해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AI 프사 열풍과 샘 올트먼 발언에 대해서도 “(소모되는 전력에 대한) 화두를 던진 만큼 적절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다만 대중들이 발언에 영향을 받아 서비스 이용을 줄이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의 ‘슈퍼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이 팀장은 “수도권에 집중된 대형 데이터센터들은 과거 대공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한 곳이 100~300MW(메가와트)급 전력을 쓰는 곳도 있는데 이는 발전소 한 기에 맞먹는 규모”라며 “전력망 부담이 커진 만큼 데이터센터의 입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탄소중립 등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압박도 큰 숙제로 꼽힌다. 이 팀장은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2032년 재생에너지 70% 공급 등 야심찬 목표를 내걸었지만, 현실적 달성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 생산의 변동성이 커지고, 전력망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 과제”라며 “실제로 최근에는 낮 시간 태양광 발전이 늘면서 오히려 전력 수요 곡선이 움푹해지는 등 과거와 다른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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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걸 한국전력공사(KEPCO) 전력연구원 전력계통연구소 계통해석팀장이 24일 대전시 유성구 문지동 KEPCO 전력연구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 하고 있다. |
AI 산업의 성장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망의 ‘유연성’ 확보를 요구한다. 데이터센터는 자체 배터리와 비상 발전기를 갖추고 있어, 전력망 위기 시 단기적으로 자체 전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이 같은 유연성 자원을 제도화해 위기 시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와 한전 등은 데이터센터와 협력해 유연성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무탄소 전원(원자력, 태양광, 풍력 등) 확대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꼽힌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다만 무탄소 전원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인프라 구축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다. 이 팀장은 이와 관련해 “전기요금 인상 등 사회적 부담 분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적”이라며 “해외에서는 ‘그린 프라이싱’ 등 자발적 요금제도 도입이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정서적 저항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전력망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산지소’(지역생산·지역소비)형 분산 전력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태양광·풍력이 풍부한 전남 등 비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유치해, 낮 시간대 남는 전력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며 “최근 전남 신안에 미국 자본이 투자한 3GW(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등 상생 모델이 현실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 팀장은 “전력망, AI 산업, 기후 변화 대응은 기술·정책·사회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복합 과제인 만큼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운영기관, 정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고 인센티브와 제도적 장치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각 분야가 자기 논리만 내세울 게 아니라, 객관적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투데이/대전=배근미 기자 (athena35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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