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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교육청. 뉴시스 |
같은 학교 학생 세 명이 함께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5년 전만 해도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청소년이 가장 많았지만, 지금은 10대 사망 원인의 46.1%가 고의적 자해(2위 암 13.1%)일 정도로 청소년 자살 문제는 심각하다. 입시,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모든 원인 요소들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시급하다.
21일 부산의 한 예술고를 다니던 여고생 세 명이 ‘학업, 진로 고민에 스트레스가 크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망했다.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만난 이들이 함께 목숨을 끊은 사례는 있었지만, 이번처럼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이 동시에 한 장소에서 목숨을 끊은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10만 명당 자살 건수) 1위라는 오명을 쓴 한국에서도, 장기적으로 자살률이 늘어나고 있는 유일한 연령대가 바로 10대다. 2010년에는 청소년(9~24세) 사망 원인 중 자살이 2위였지만 2011년부터 지금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10대 자살률은 2023년 기준 7.9명에 달해 2015년(4.2명)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10대 자살의 원인은 진학 스트레스, 학교폭력 피해, 가정폭력 경험 등 다양하다. 어린 시절의 학업 부진이 인생 전체의 낙오로 이어지는 입시제도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하고, 학교폭력 예방 및 피해자 치유에 관한 세심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부모와의 관계에 많은 영향을 받는 시기인 만큼, 가족 구성원을 포괄할 수 있는 상담 대책도 동반되어야 한다.
지금도 매일 한 명 이상의 10대(2023년 370명)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다. 연구에 따르면 10대 자살은 성인과 달리 우울증 등 정신과적 원인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살려달라’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다고 한다. 아이들을 함부로 험한 경쟁에 내몰고, 학교와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적 폭력 요인을 제거해 주지 못한 어른들 책임이 크다. “청소년 자살은 사회적 타살”(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성명)이라는 일침을 무겁게 받아들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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