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라포르시안 언론사 이미지

[in-터뷰] "도수치료,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수익 내는 구조 바꿔야"

라포르시안
원문보기

[in-터뷰] "도수치료,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수익 내는 구조 바꿔야"

속보
위성락 "한미 연합훈련 축소, 한반도 비핵화 카드로 직접 고려는 안 해"
[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정부가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와 비급여 관리 강화를 목적으로 '관리급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급여는 건강보험 급여와 비급여의 중간 형태로, 급여로 편입하되 의료이용 남용 가능성이 있는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최대 95%까지 높이고, 사전 기준 및 청구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의 제한적 급여 제도다. 과잉 진료, 무자격 시술, 행위 기준 불명확 등으로 문제가 지적된 진료 영역에 대해 건보는 일부 적용하되, 철저히 관리한다는 취지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급여도 아니고 비급여도 아닌 비정상적 제도라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높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면서도 건강보험이 개입하는 구조가 시술 표준화와 자격 논란을 심화시킬 수 있고, 행위 제한이나 실손보험 연계 통제가 현실화될 경우 환자 접근성과 의료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도수치료는 체외충격파와 함께 관리급여 적용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도수치료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선 우려가 큰 상황. 하지만 장현동 대한도수의학회 회장은 도수치료와 관련된 정부의 관리급여 추진에 대해 "관리급여는 분명히 악제도이지만, 도수치료의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현재 많은 의료기관에서 도수치료가 비의료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의사의 무관심과 교육 부족이 있다는 것이 장 회장의 지적이다.

장현동 회장은 라포르시안과의 인터뷰에서 도수치료를 의사가 직접 하지 않고 물리치료사에게 맡기고 인센티브만 주는 구조를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이같은 상황이 반복돼 정부의 개입과 급여관리 압박이 심화됐다는 것. 심지어 일부 병원에선 수술에 버금가는 도수치료 청구가 이뤄지면서도 정작 의사는 술기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현동 회장은 "의사가 직접 진찰하지 않고 관리만 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은 결국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고 했다. 도수치료의 효과는 이미 임상 현장에서 입증돼 있으나,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의사들이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도수치료가 가진 의료적 혜택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직접 하지 않아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문제로 지목했다.


그는 "도수치료를 직접 시행하면 환자가 즉각적인 효과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의료비를 줄이고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라며 "의료현장에서는 의사가 도수치료를 직접 하지 않아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했다.

이어 "프롤로치료나 초음파는 배우지 않으면 못하지만, 도수치료는 물리치료사에게 시키면 되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도수치료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물리치료사가 자격이나 지식 없이 시술에 나서는 현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는 마사지와 도수치료의 구분조차 없이 시술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희롱 사건이 발생해 경찰 수사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의사의 무관여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장 회장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한 도수치료에 대한 실손보험사의 반응도 언급했다.

장 회장은 "의사가 전후 진찰을 하고 최소한 한 번이라도 손을 대면 실손보험사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실제로 보험사들은 환자에게 앱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실제 진료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급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수치료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장 회장은 주장했다.


그는 "프롤로치료처럼 일정 교육을 이수한 의사만이 처방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하며, 도수학회뿐 아니라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전문의 단체에서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경영자들이 자격제도 도입을 꺼리는 현실에 대해서도 "봉직의가 잦은 병원에서는 자격제도 도입이 번거롭고 비용도 부담되기 때문에 기피하고 있다"며 "실제로 병원에서 물리치료사의 오일 마사지만으로 도수치료를 대체하는 사례도 많고, 병원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도수치료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방은 교과서를 오스테오패시 기반으로 정비하고, 교육과 인증체계를 도입해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10~20년 뒤에는 도수치료에서 한방이 의사를 압도하게 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 회장은 "현재 도수치료 심사체계를 보면 실제 도수치료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논문 리뷰만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도수치료는 단순 수익 수단이 아니라, 환자의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의료비를 절감하는 데 효과적인 치료법인 만큼 현장 경험이 있는 의사가 심사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능 "도수치료의 미래를 위해 자격증 제도와 교육 이수 의무화가 필요하며, 관리급여 여부와 관계없이 의료계가 스스로 제도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도수치료가 살아남으려면 의사들이 자격을 갖추고 임상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수치료는 의사의 손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