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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4보다 DDR5가 더 싸지나"…메모리 3社, CXMT 견제 '선단 유도' 가속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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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R4보다 DDR5가 더 싸지나"…메모리 3社, CXMT 견제 '선단 유도' 가속 [소부장반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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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는 DDR4 등 범용 제품의 생산을 급격히 줄이며, 고객사들의 DDR5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에 돌입했다. 과거에는 가격 차이로 인해 선뜻 선단 제품을 채택하기 어려웠던 수요처들이, 향후 구제품보다 싸거나 비슷한 가격의 DDR5를 고려하게 되는 상황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3사는 DDR4, LPDDR4 등 구형 제품군을 사실상 단종 수순에 돌입시키며 생산량을 급격히 감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의 'D램 1z DDR4' 제품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해당 제품에 대한 단종을 결정했고, 이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며 대응에 나섰다.

범용 제품을 단종시키는 전략은 단기적으로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객 수요를 DDR5·LPDDR5 등 고부가 제품으로 옮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급격한 공급 축소로 DDR4 가격이 치솟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 정도 가격이면 성능이 더 좋은 DDR5를 쓰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실제로 D램 가격 지표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트랜스포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PC DDR4 8Gb 현물가격은 저점 대비 125% 상승했고, PC DDR5는 같은 기간 25.5% 올랐다. 서버용 DDR4 고정가격은 지난 5월 말 기준 전월 대비 14.9% 급등했다. 연초 이후 DDR4 관련 가격지수는 100% 넘게 뛰었고, 일일 상승폭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역전은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메모리 3사의 전략 전환이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HBM 12단 수요 증가로 인해 D램 업체들의 웨이퍼 자원이 고부가 제품에 집중되고 있으며, LPCAMM2, SOCAMM 등 프리미엄 노트북 메모리 대응을 위해 DDR4 생산 여력은 더욱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전략의 배경에는 중국 메모리 업체 CXMT(Changxin Memory Technologies)에 대한 견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XMT는 현재 DDR4 등 범용 D램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기술력과 공정 인프라 제약 탓에 DDR5, HBM 등 선단급 제품의 양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3사가 범용 제품에서 빠지고, 가격 격차까지 줄이게 되면 CXMT의 경쟁력이 자연스럽게 약화된다. 실제로 CXMT는 최근 2025년 D램 생산 목표를 대폭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Gen4b 공정 전환 지연과 LPDDR5 수율 확보 실패 등이 영향을 미쳤다.

주목되는 점은 CXMT도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DDR4 축소 수순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수익성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IPO(기업공개) 전략 외에도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자립화를 위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램은 AI 시스템에서 '버퍼'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D램의 성능이 AI 성능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만큼, 중국 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CXMT의 고사양 메모리 전환은 필수적이다.


다만 CXMT가 제품 믹스를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선 아직은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문제는 공정 기술력이다. Gen4b와 같은 첨단 공정 기반의 D램 기술을 구현하려면 고난도 장비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포함한 핵심 장비 수급이 어렵고, 국산화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이처럼 제품·공정·장비 전반에서 기술 장벽을 돌파하지 못하면 CXMT는 선단 제품 양산 진입에 장기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반면, D램 3사는 이미 DDR5, HBM4 등을 중심으로 선두 경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시장 주도권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메모리 산업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단계"라며 "선단 제품으로의 이행 속도를 높인 쪽이 시장 지배력을 지속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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