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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당구 얼짱, 신이 들린 당구 女帝 "김가영의 압박 너무 커 차유람이 멘붕 온 듯"

노컷뉴스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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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버린 당구 얼짱, 신이 들린 당구 女帝 "김가영의 압박 너무 커 차유람이 멘붕 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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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 여제' 김가영이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차유람을 꺾은 뒤 통산 15번째 우승을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당구 여제' 김가영이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차유람을 꺾은 뒤 통산 15번째 우승을 기념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당구 여제'는 그야말로 철옹성이었다. 포켓볼 시절 한때 라이벌이었던 후배 '당구 얼짱'이 처음 프로당구(PBA) 3쿠션 결승에 올랐지만 이번에도 여제를 넘지 못했다.

김가영(하나카드)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정상에 올랐다. 개인 첫 개막전 우승이자 지난 시즌부터 8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역대 최장 기록을 늘렸다. 통산 최다 우승 기록도 15회로 늘어났다.

김가영은 2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차유람(휴온스)을 눌렀다. 7전 4승제에서 세트 스코어 4 대 0(11-1 11-6 11-2 11-6) 완승을 거뒀다.

통산 15승을 거둔 김가영의 놀랍게도 첫 시즌 개막전 우승이다. 김가영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그동안 개막전은 준우승이 최고였고, 우승이 없었는데 꼭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록은 더 있다. 김가영은 이날 76분 만에 차유람을 제압했는데 역대 결승 최단 시간 기록이다. 김민아(NH농협카드)가 2023-24시즌 9차 대회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를 4 대 1로 이길 당시 97분을 무려 21분이나 앞당겼다. 그만큼 압도적인 경기였다는 뜻이다.

또 김가영은 여자부 결승에서 처음으로 4 대 0 완승 기록도 수립했다. PBA 출범 뒤 여자부 결승은 5세트 경기였지만 2021-22시즌 2차 투어인 TS샴푸 챔피언십에서 7세트 경기로 바뀌었다.


김가영은 이와 함께 여자 선수 최초로 누적 상금 7억 원을 돌파했다. 우승 상금 4000만 원을 추가해 7억2080만 원이 됐는데 우승 상금이 2배 이상 많은 남자부에서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남자부 상금 1위는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의 9억1450만 원, 2위는 조재호(NH농협카드)의 8억6850만 원, 3위는 다비드 사파타(우리금융캐피탈)의 7억8900만 원, 4위는 강동궁(SK렌터카)의 6억5900만 원이다.

차유람이 22일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김가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인을 읽고 있다. PBA

차유람이 22일 '우리금융캐피탈 PBA 챔피언십 2025' 여자부 결승에서 김가영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인을 읽고 있다. PBA



차유람은 이번에도 김가영에게 고배를 마셨다. 앞서 역대 5번, 특히 4강전에서만 4번 만나 김가영에게 졌던 차유람은 PBA 첫 결승 진출을 이뤘지만 또 여제의 벽에 막혔다.

당초 이번 결승도 김가영의 우세가 예상됐지만 차유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았다. 정수빈(NH농협카드)과 16강전 고비를 넘은 차유람은 4강전에서 이신영(휴온스)을 완파하는 등 상승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김가영은 1세트부터 4이닝 연속 8점을 앞세워 5이닝 만에 11 대 1로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는 6이닝째 과감한 3뱅크 샷을 시도하고 7이닝째 절묘한 옆돌리기 대회전까지 차원이 다른 기량을 뽐냈다.

승기를 잡은 김가영은 3세트 8 대 1로 앞선 8이닝째 비록 실패했지만 어려운 2뱅크 샷을 시도했다. 4세트 짧은 비껴치기와 환상의 되돌리기로 동점을 만든 김가영은 강력한 끌어치기로 옆돌리기와 정교한 3뱅크 샷으로 4점을 뽑았다. 6이닝에서 옆돌리기와 앞돌리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차유람은 김가영과 결승에 대해 "객관적으로 몇 수 위라 생각해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김가영이라는 선수가 주는 압박감이 너무 크다"고 부담감을 털어놨다. 이어 "다른 선수와 경기는 내가 헤맬 때도 기회가 몇 번 오지만 김가영과 경기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다"면서 "몇 번 오지 않는 기회를 살리려고 하다 보니 몸에 힘이 들어가서 내 플레이를 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PBA 출범과 함께 3쿠션으로 전향한 차유람과 김가영. PBA

PBA 출범과 함께 3쿠션으로 전향한 차유람과 김가영. PBA



김가영과 차유람은 포켓볼로 당구에 입문했는데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나란히 활약했다. 김가영은 아시안게임 은메달 2개를 비롯해 세계선수권대회, US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컵 국제오픈 등 포켓볼 그랜드 슬램과 세계 랭킹 1위를 이루며 최강으로 우뚝 섰다. 차유람은 2006년 세계 최고수 자넷 리와 이벤트 경기에서 선전을 펼치며 '당구 얼짱'으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포켓볼 메이저 대회인 차이나 오픈 등에서 우승했다.

이후 PBA가 출범하며 둘은 3쿠션으로 전향했다. 김가영은 초반 적응기를 거쳐 2년 연속 PBA 여자부 대상을 차지하는 등 3쿠션도 접수한 상황. 반면 차유람은 결혼과 출산, 또 약 2년의 정치 외도 등으로 3쿠션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날 결승까지 김가영은 통산 50개 투어 194승 38패, 차유람은 28개 투어 54승 31패를 기록했다.

차유람은 "경험이 절대적인데 그걸 생각하면 절망적"이라면서 "그런 걸 좁혀나가야 하는 게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모든 선수와 비교해서 경험이 적어 나름 찾은 해결책이 기복이 없는 당구"라면서 "데이터를 쌓아 나가면 잠재력을 터질 날이 올 것"이라고 희망을 찾았다.

김가영의 결승전 경기 모습. PBA

김가영의 결승전 경기 모습. PBA



김가영은 시즌 개막전 우승 소감을 묻자 "좋아요"라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번 대회도 장비 문제로 승부치기까지 하며 멘붕(멘털 붕괴)이 왔는데 운도 많이 따랐다"면서 "결승전에서는 차유람 선수가 멘붕이 온 것 같아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고 멋쩍게 웃었다.

8개 대회 연속이자 15번째 우승이다. 김가영은 "경험이 쌓이다 보니 다양하게 공을 구사하는 부분, 선택하는 다양성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가장 목표로 둔 주안점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었고, 경기력과 당구 자체에 선수로서 할 도리에 집중했다"고 비결을 귀띔했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상황에 동기 부여를 어떻게 해야 할까. 김가영은 "항상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고 결국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면서 "높은 데서 떨어지면 더 아프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이어 "최대한 꾸준하게 하며 덜 아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비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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