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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캐나다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나 “양국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작은 차이를 넘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도 “일본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가 한국”이라며 “양국 간 협력과 공조가 지역과 세계를 위해 더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첫 회담에서 ‘미래’와 ‘협력’에 방점을 찍으며 관계 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보다 먼저 이시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취임 2주 만에 한일 정상회담까지 성사된 건 양국 관계의 청신호다. 과거 한일 정상회담은 새 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열리지 못한 적도 있다. 이 대통령이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행사에 기념사를 보내고 이시바 총리가 19일 주일 한국대사관 리셉션에 직접 참석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모처럼 조성된 우호 분위기를 발전시키려면 무엇보다 과거사 문제에 발목 잡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미래가 중해도 과거 없는 현재와 미래는 성립할 수 없다. 더구나 일본은 여전히 위안부와 강제 징용 등 가해의 역사는 축소·왜곡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군함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사도광산 추도식은 파행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처럼 과거사에 매몰돼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건 피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처럼 선제 조치 후 뒤통수만 맞는 일이 반복되는 것도 곤란하다. 미래를 지향하면서도 과거사엔 단호하고 엄중한 대응 원칙을 분명히 해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
일본도 전향적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물컵의 반을 먼저 채운 한국에 비하면 일본 호응은 기대에 못 미쳤다. 환갑을 맞은 한일 관계가 새로운 60년의 지평을 열기 위해선 무엇보다 상호 존중과 신뢰 구축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 과거사는 매듭 짓고 갈 수밖에 없다. 엄중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위기엔 공동 대응하고 기회는 함께 도모하며 두 나라에 모두 국익이 될 미래를 만들어 갈 과제가 두 지도자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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