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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원유가 낮춰 '푸틴 자금줄' 옥죈다…관건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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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원유가 낮춰 '푸틴 자금줄' 옥죈다…관건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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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 이란 선제공격' 관련 긴급 회의 소집-CNN
원유 상한선 배럴당 60달러→45달러
석유 수출 '러시아 수입 3분의 1' 차지
우크라 휴전, 러시아 비협조로 공전
트럼프 동참 없으면 효과 '제한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스크바=AP 뉴시스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거래가 상한선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협상이 공전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더 옥죄겠다는 것이다. 석유 수출은 러시아 정부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번 추가 제재안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이에 오는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 국제사회의 동참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EU의 구상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출 상한가를 현행 배럴당 60달러에서 45달러로 낮추는 내용의 18번째 대러시아 제재안을 발표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해 60달러 수준에 근접하면서, 러시아 원유가 국제 유가보다 현저히 낮게 거래되도록 설정했던 현재 상한선이 무의미해졌다는 판단에서다. EU가 이날 발표한 상한선 ‘45달러’는 지난달 G7 재무장관 회의에 제안한 ‘50달러’보다 더 강화됐다.

바이든 주도로 시작된 상한제... 트럼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 관세 부과 발표 행사 중 무역 장벽 연례 보고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EU와 미국을 비롯한 G7 주도로 2022년 12월 시행된 ‘러시아 원유가격 상한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공해상에서 그림자 선단 등을 통해 중국, 인도 등과 원유를 우회 거래하면서 제재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U 차원에서 발표한 이번 제재안이 푸틴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의 호응이 관건이다. 전임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원유 가격 상한제를 적극 주도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동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미 연방 상원의원이 앞서 러시아 에너지 수입국에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법안을 공동 발의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미국의 호응이 없어도 독자적으로 원유가격 상한선을 낮출 것이냐’는 질문에 “이 조치가 G7 차원에서 시작된 만큼 G7 차원에서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미국도 국제 원유가격이 내려가 기존 상한선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현재 G7 국가들, 특히 미국과 접촉 중”이라고 답했다.

'유럽과 러시아 가스관 거래 전면 금지'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0일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러시아 해저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2와 유럽 사업자 간 거래를 전면 금지한다는 내용도 이번 제재안에 담겼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 경로였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9월 폭발사고로 가동이 중단됐다. 노르트스트림2는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EU가 두 가스관을 모두 제재 대상에 넣은 것은 러시아에 대한 유럽 기업의 투자 재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날 발표한 제재안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미국의 동참뿐 아니라 EU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우선돼야 한다. 친러시아 행보 중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가 또 다른 변수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