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요금 동결' 시내버스, 파업에 누적 적자 눈덩이
도시철도도 2016년부터 동결, 매년 적자보전 500억대
도시가스도 인상 압박 여전…상·하수도료는 결국 올려
'질 향상·지속가능성' 현실화 vs '민생 우선' 동결 딜레마
도시철도도 2016년부터 동결, 매년 적자보전 500억대
도시가스도 인상 압박 여전…상·하수도료는 결국 올려
'질 향상·지속가능성' 현실화 vs '민생 우선' 동결 딜레마
![]() |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광주 시내버스 파업 재개 사흘째인 1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버스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는 사측과 임금 인상 등에 대한 협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연휴 동안 준법투쟁을 벌이다 지난 9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광주시는 대체기사를 투입해 운행률을 80%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파업으로 인해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이 늘어났다. 2025.06.11. hyein0342@newsis.com |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광주 시내버스·도시가스·상수도 등 주요 공공요금이 서비스 질 유지를 위한 현실화와 서민 물가 부담에 따른 동결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시내버스 노조는 월급 인상,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연일 파업을 벌이고 있다. 사측도 막대한 적자 운영 탓에 난색 입장을 고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광주 버스 요금은 2016년 8월 책정된 성인 기준 1400원에서 햇수로 10년째 동결, 제자리다. 전국 6대 광역시 버스 요금 1600~1700원과 비교해 가장 낮다. 지하철 등 다층적 대중교통망을 갖춰 승객 분산 효과가 있는 서울도 1500원으로, 광주보다 100원 비싸다.
최근 10년 새 오른 유가·인건비를 감안하면 요금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광주 시내버스는 지난해까지 요금 수익을 뺀 누적 적자만 1400억대를 기록했다. 시가 버스 운수회사 10곳에 운영 적자를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도입한 2007년 당시 적자 196억원에서 7배 이상 불었다.
시는 도시철도 2호선 공사에 따른 시민들의 버스 이용 불편과 2호선 완공 직후 노선 개편을 고려해 요금 인상은 당장 어렵다는 입장이다.
![]() |
[광주=뉴시스] 광주 시내버스·지하철요금이 인상된 첫 날인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시철도 송정역사에서 한 시민이 교통카드 요금을 충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16.08.01. photo@newsis.com |
개통 21년째를 맞는 광주 도시철도 1호선도 2016년 이래 운임이 그대로다. 현행 성인 기준 운임은 교통카드 1250원, 1회 승차권은 1400원이다.
적자를 메꾸기 위한 시 예산도 당초 1년 300억원 대였으나 2021년부터는 500억원을 넘기며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2023년 한 차례 올린 택시요금(기본료 4300원)도 2년 연속 동결됐다. 도시철도와 택시 모두 요금 인상 논의는 아직 없다.
취사·난방 문제와 직결되는 필수 공공서비스인 도시가스 요금도 2017년 1.7% 인상 이후 7년간 동결이다.
민영화 체제로 재정 지원이 없는 도시가스의 경우, 공급업체가 물가 상승과 시설 투자 부담이 크다며 요금 인상을 줄곧 주장해왔다. 가스 소비자요금을 1% 안팎, 소매 요금은 10%대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독점 사업자의 과도한 배당 의혹과 불투명한 경영에 대한 비판 여론에 요금 인상 논의는 잠잠해졌다.
불씨는 남아있다. 올해 4월에는 신축 건물 가스 공급 중단을 두고 '요금 인상 압박' 의혹이 일었고, 공급업체는 "투자 여건 문제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불안정한 국제 유가, 시설 투자·인건비 상승 등을 감안하면 해마다 요금 인상 요구는 커질 전망이다.
![]() |
[광주=뉴시스] 광주시 상·하수도 요금 12월 부터 인상. (사진=광주시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반면 상·하수도 요금은 생산원가 65%대까지 쌓인 적자에 결국 인상됐다. 2017년 이후 7년 만의 인상이다.
지난해 12월 고지분부터 오는 2027년까지 4년간 연 9% 단계적으로 요금이 오른다. 누진제에서 단일 요금 체계로 개편되며 가정용 월 평균 사용량 기준 상수도 요금은 800원, 하수도의 경우 560원이 올랐다.
이처럼 주요 공공요금 인상이 수 년간 동결되면서 누적 적자가 급증하고 재정 지원마저 한계에 다다르면, 그동안 억눌렸던 인상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인상 억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요금이 당장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시 재정으로 사업자에 운영 적자를 보전해주거나 직접 메워야 하는 만큼 결국 시민의 주머니에서 치러야 할 비용이다.
물가 현실을 못 따라가는 공공요금 체계로는 질 좋은 공공 서비스, 이용 인프라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재정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세입세출 결산 검토 결과, 시 지방채 규모는 올해 2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기준 채무비율이 23.10%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높다.
시 재정자립도는 39.8%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앉았고, 재정자주도 역시 58.3%에 그쳐 사상 첫 50%대 수준이다.
그렇다고 코로나19 펜데믹, 국제무역 갈등 심화, 계엄·탄핵 정국까지 악재가 이어진 경기 불황 국면에서 치솟는 물가에 고통 받는 민생도 외면하기는 어렵다.
공공요금 현실화와 동결 간 딜레마에는 정치적 셈법도 작용한다. 선출직 지자체장로서는 공공요금 인상에 뿔난 표심이 향후 선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공공요금을 동결해야 좋은 게 아니다. 물가가 오르면 공공서비스 제공에 따른 비용 역시 늘어나는 게 실물 경제의 원리"라고 밝혔다.
이어 "대중교통 요금은 수 년간 인상 억제로 재정 부담이 큰 폭으로 늘었다. 결국 '조삼모사'로 시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운수업체 자구책도 중요하지만 준공영제인 만큼 시가 필요하다면 결단해야 한다. 완공이 언제 될 지 모르는 도시철도 2호선 개통 탓에 요금 인상안 검토를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선출직들이 인기 영합주의에만 매몰돼 현실적인 요금 인상을 외면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지방재정 건전화와 질 좋은 공공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기반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도시가스나 유료 순환도로 등 일부 민영화 서비스에 대해선 "사업자가 경영·운영 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전제 위에서, 요금 인상안이 합리적이고 현실적인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 네이버에서 뉴시스 구독하기
▶ K-Artprice, 유명 미술작품 가격 공개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