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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 시위 등장한 멕시코 국기에 심기 불편...외교 갈등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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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 시위 등장한 멕시코 국기에 심기 불편...외교 갈등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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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멕시코 국기 든 LA 시위대에 "동물들" 비난
과거 멕시코 영토였던 캘리포니아주, 인구 30%가 멕시코 출신
멕시코 국기, 이민자 체포 반대 시위 상징으로 떠올라
멕시코 정부도 이번 시위에 각별히 관심 "인권 및 법치에 따른 단속" 강조
美 국토안보부 장관 "멕시코 대통령이 시위 조장" 비난
멕시코 대통령 "사실무근, 美 경제에 기여하는 멕시코인 지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멕시코 국기(왼쪽)과 성조기를 든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에 직면한 미국 정부가 멕시코를 향한 불편한 감정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자신이 LA에서 폭력을 조장한다는 미국 관계자의 비난에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정부, LA 시위에 등장한 멕시코 국기 경계
CBS방송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육군 기지를 방문해 LA 시위를 언급했다. 그는 시위가 "외국 국기를 든 폭도들에 의해 자행된 평화, 공공질서, 주권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은 벽돌과 시멘트 블록을 법 집행관들에게 던지고, 크고 강력한 망치로 인도와 도로 등을 파괴하고 있다. 이들은 아마추어가 아니라 전문가"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들은 동물이며 다른 나라 국기를 자랑스럽게 들고 다닌다"며 "미국 국기는 들지 않고 불태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LA에서는 지난 6일부터 트럼프 정부의 불법이민자 체포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은 멕시코 국기를 들고 거리에 나섰다. 1846년까지 멕시코 영토였던 캘리포니아주에는 주(州) 인구의 약 30%가 멕시코 출신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8일 보도에서 멕시코 국기가 이번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레스(UCLA)의 크리스 제페다 밀란 치카노(멕시코계 미국인)학과 교수는 "그들은 이민자의 자녀와 손자·손녀들"이라며 "자신의 시민권이나 이곳에서의 소속감을 의심하지 않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에 내재된 인종적 편견을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YT 보도 당일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LA 시위에 대해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외국 국기를 흔들며 폭동을 일으키고 연방 법 집행 기관이 불법 외국 침입자들을 추방하려는 시도를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멕시코의 셰인바움은 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LA 시위에 등장한 멕시코 국기와 관련해 "이민자 관련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인간 존엄성과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틀 내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민 범죄화와 단속에 대한 우리의 반대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 육군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멕시코 대통령 직접 비난...양국 외교 분쟁 가능성
같은 날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이달 LA에서 체포된 불법이민자 가운데 42명이 멕시코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37명의 남성과 5명의 여성이 4개 구금 시설에 분산돼 있었다"며 "이 중 2명은 미 당국 처분에 따라, 또 다른 2명은 자진 의사에 근거해 각각 추방 조처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데라 푸엔테는 "이들은 대부분 수년간 미국에서 거주해 왔으며, 체포 직전까지도 미국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멕시코 이민자가 이번 단속의 주요 표적이 되지 않도록 외교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셰인바움은 LA에서 포착된 폭력 사태에 대해 "폭력적 행위를 시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순찰차 방화 같은 것은 저항보다는 도발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의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1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셰인바움은 LA에서 더 많은 시위를 조장하고 있으며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셰인바움은 현재 진행중인 폭력 시위를 부추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놈은 "평화적인 시위는 허용된다"며 "하지만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폭력은 용납될 수 없으며, 미국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셰인바움은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내가 LA에서 폭력적인 시위를 조장했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성명서에서 폭력적인 시위를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며 "우리는 항상 폭력을 반대해 왔고, 지금 제가 맡고 있는 고위직에선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셰인바움은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정직하고 근면한 멕시코인들을 지지하는 것"이라며 "이번 오해는 분명히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EPA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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