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 연방법원에 긴급요청서 제출…12일 관련 심의 열려
美국방 "최소 60일 軍 LA 머무를 것"…트럼프 "LA는 쓰레기 더미"
소요사태는 누그러져…美전역에서 反이민시위 확산
美국방 "최소 60일 軍 LA 머무를 것"…트럼프 "LA는 쓰레기 더미"
소요사태는 누그러져…美전역에서 反이민시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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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시위자가 ‘해병대, 1월 6일엔 어디있었나’라는 팻말을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1월 6일은 2021년 1월 6일 2020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패배에 불복한 시위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 습격사건을 의미한다. (사진=AFP) |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10일(현지시간) 닷새째 이어진 가운데, 시위대의 도심 방화 등 소요 사태는 다소 누그러진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LA에 배치한 해병대는 아직 시위 현장에 투입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장외설전은 지속됐고, 뉴섬 주지사는 법원에 연방정부가 이민 단속을 위해 군대 동원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불법이민자 단속·추방에 반대하는 집회·시위는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뉴욕, 시카고 등 다른 주요 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전날보다 약탈·방화 줄어들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CNN·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전날과 비교해 대체로 차분했다. 시위는 주로 LA 도심 일부에 집중돼 있으며 도시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에는 수백명의 군중이 시청청사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규탄했고, 연방 구금센터 앞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구금된 불법 이민자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초기 시위는 때때로 차분하면서도 라이브 음악을 즐기는 분위기로 이뤄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청소부, 경비원, 기타 근로자 등을 대표하는 서비스 직원국제노조의 회장인 다비드 후에르타가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며 즐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종교 지도자가 합류했다.
그러나 LA경찰이 다운타운 전역을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하면서 경찰과 남아 있던 수십 명의 시위대가 충돌하며 공포탄과 최루탄을 발사하는 사태가 있었다. 자정 무렵, LA 다운타운과 산티아나에서 진행 중이던 이민 반대 시위는 대부분 해산됐다. 주말 사이 이어지던 약탈과 방화 사건도 훨씬 줄어든 모습이다.
LA경찰은 이날 저녁 100명 이상이 체포됐으며 대부분이 LA 도심에서 해산을 거부한 혐의였다고 밝혔다. 1명은 흉기를 사용한 폭행 혐의로, 다른 1명은 기물 파손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관 2명은 부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된 후 퇴원했다.
캘리포니아 “연방정부 軍동원 막아달라” 가처분 신청…트럼프 “반란진압법 행사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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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제2대대 제7해병연대 소속 해병들이 로스앤젤레로 출발하기 위해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준비하고 있다.(사진= 미국 북부사령부 엑스) |
해병대는 LA에 도착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임무에 투입되지는 않은 상태다. 해병대 사령관 에릭 스미스 장군은 이날 상원에서 열린 예산 심의에서 해병대가 미국 북부 사령부의 명령을 따를 준비가 돼 있지만 아직 응답하라는 소집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스미스 장군은 해당 해병대원들이 체포권한은 없으며 연방 재산과 연방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만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CNN에 “해병대가 폭력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되지 않는 한 병력 대부분은 대중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대부분 병력을 대중의 시야에서 벗어나 주둔시키고 있는 태세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란진압법을 행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란진압법이란 대통령이 반란이나 가정폭력, 혹은 법을 집행하기 위해 군대를 배치할 권한을 말한다.
뉴섬 주지사는 연방법원에 이민 단속 지원을 위해 군가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하는 것을 차단해달라는 긴급 요청서를 제출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러한 요청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시민 불안을 조성할 뿐이라고 주장하며 즉각적인 판단을 요청했으나, 법원이 추가 서면변론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오는 12일 오후 1시 30분 심리 일정을 잡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LA를 “쓰레기더미”라고 부르며 “우리는 LA를 해방해 다시 자유롭고,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군대를 파견하지 않았다면 LA는 완전히 불타버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는 이날도 설전을 이어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월요일 뉴섬 주지사와 통화한 것에 대해 뉴섬 주지사는 소셜미디어(SNS)에 “전화도 없었고, 음성 메시지도 없었다. 해병대를 우리 거리에 배치한 대통령이 누구와 통화하는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전임 대통령인 조 바이든의 고령 이슈를 부각시켜 업무 능력을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발언이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폭스 뉴스 앵커인 존 로버츠에게 전화해 “뉴섬이 거짓말쟁이”라며 증거로 뉴섬과의 통화기록 스크린샷을 보냈으나 통화는 월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양측 모두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월요일 뉴섬 주지사와 통화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고, 뉴섬 주지사는 금요일 통화를 자신이 걸었다했지만 실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건 것이었으며 뉴섬 측이 주장한 40분보다 훨씬 짧은 16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체는 “이 모든 사건은 백악관과 캘리포니아 주 정부간의 소통 단절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LA에 주 방위군과 해병대 배치가 최소한 60일 지속될 것이며 최소 1억 3400만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하원 예산안 방위 소위원회에서 우리가 60일이라는 기간을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에 대해 “우리 경찰관을 공격하는 폭도, 약탈자, 깡패들에게 우리가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 美전역 확산…트럼프 생일 맞춰 ‘노 킹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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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스 홈페이지 |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는 미국 전역에 확산하고 있다. AP와 CNN, NBC 방송 등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샌타애나, 오리건주 포틀랜드, 워싱턴주시애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 샌안토니오, 일리노이주 시카고, 켄터키주 루이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뉴욕주의 뉴욕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집회·시위가 열렸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수천 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고, 경찰은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집회가 대체로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밤늦게 두 개의 소규모 그룹이 “기물파손과 다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일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도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 타워 주변에서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다 최소 9명이 체포됐다. 텍사스 오스틴 주의회 청사 앞에서도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오스틴에서 12명 이상의 시위자 체포됐다며 “평화적 시위는 합법이지만 선을 넘으면 체포될 것”이라고 밝혔다. 댈러스에서도 수백명의 시위대가 시내 교량 위에서 모여 집회를 벌였고, 1명이 체포됐다.
국적인 시위는 적어도 이번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는 14일 토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행사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미 전역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NBC는 전했다.
현재 ‘노킹스’라는 이름의 웹사이트에는 “그들은 우리의 법원을 무시하고, 미국인들을 추방했으며, 사람들을 거리에서 내쫓고 우리의 시민권을 공격했다. 부패가 너무 멀리 나갔다. 왕좌, 왕관, 왕은 없다. 6월 14일에 우리는 일어나 싸운다”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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