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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머스크는 졌다, 미국이니까

머니투데이 변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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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머스크는 졌다, 미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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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2025년 5월 4일 플로리다에서 주말을 보낸 후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도중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2025년 5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2025.6.6  /AFPBBNews=뉴스1

2025년 5월 4일 플로리다에서 주말을 보낸 후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도중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2025년 5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2025.6.6 /AFPBBNews=뉴스1



"일론이 실수했다. 트럼프가 이길 것이다. 그는 대통령이니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만큼이나 괴짜로 알려진 부친 에롤 머스크는 냉정했다. 장남 일론과 사이가 나쁘긴 하지만, 아들이 미워서라기보다는 79세 노인이 느낀 세상의 섭리다.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의 가시 돋친 설전이 계속되지만,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트럼프가 머스크를 향해 "미쳤다"고 말한 지난 5일 테슬라 주가는 14% 넘게 빠졌다.

권력은 돈으로부터 피어난다. 미 대선이 대표적이다. 작년 미 대선 직후 포브스 보도에 따르면, 10월 중순까지 트럼프의 선거자금 모금액은 약 17억달러(2조3000억원), 카멀라 해리스 후보(조 바이든 캠프 포함)의 모금액은 21억5000만달러(2조9000억원)였다. 머스크는 트럼프에게 1억3200만달러(1788억원)를 '올인'했다. 그 대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4개월의 '브로맨스'였다.

그러나 머스크는 단단히 착각했다. 돈은 정치를 이기기 어렵다. 해리스와 트럼프 모두에게 베팅했던 기업인들은 마러라고의 트럼프 별장과 백악관을 수시로 찾아 저울질의 과오를 해명하고 앞으로의 기여를 약속했다. 미국 밖에서는 더욱 그렇다. 1990년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선두주자였던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막대한 부를 유지하려 정치 신인 블라디미르 푸틴을 지원했고, 그를 보리스 옐친의 후임으로 밀어올렸다. 그러나 베레좁스키는 부패 척결의 대상으로 지목돼 영국으로 망명했으며,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은 2020년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를 비판한 뒤 두문불출했고, 앤트그룹 기업공개(IPO)는 무산됐다. 시진핑 주석은 5년 만에 마윈을 불러 미국과의 기술경쟁을 주문했다. 반면 중국 금융계 큰손이었던 샤오젠화 밍톈그룹 회장은 2017년 체포된 뒤 사라졌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2017년 왕자들과 수많은 기업인들을 리야드 한 호텔에 가두고 살생부를 실행했다. 한국도 옛날엔 그랬다. 1985년 당시 재계서열 7위였던 국제그룹은 정치자금 납부 부족으로 전두환의 눈 밖에 난 뒤 공중분해됐다.

다만 권력이 기업인을 억압하고, 때로는 돈과 목숨까지 빼앗는 극단적인 상황은 자본주의 발전이 더디거나 여전히 권위주의에 머무르는 국가에서 주로 벌어지는 일이다. 정상국가에서 정치인이 행정력과 법을 활용해 기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면, 국민의 견제를 받고 때로는 권력을 반납할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머스크 소유 회사와의 정부 계약을 "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측근 스티브 배넌은 "스페이스X를 국유화하고 머스크를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40년 전 한국에서나 가능했던 얘기다. 그러나 과학자와 유학생을 내쫓고, 불법이민자 단속에 군대를 투입하는 오늘의 미국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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