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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섬 "군 동원 불법" 소송에 트럼프 "주지사 체포" 압박

머니투데이 김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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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섬 "군 동원 불법" 소송에 트럼프 "주지사 체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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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시위, 정치공방으로 확전
시위대, 반란주의자 명명…1992년 이후 첫 군대투입
하루 체포자수만 2000명…"국가적 위기로 악화 위험"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 2025년 6월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이민 단속 작전 이후 시위 도중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비살상 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 2025년 6월 9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연방 이민 단속 작전 이후 시위 도중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비살상 무기를 발사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건 불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일하지 않겠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내가 톰이라면(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대행 톰 호먼) 뉴섬을 이민법 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할 거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스앤젤레스(LA) 시위 나흘째인 9일(현지시간) 이민 단속 반대 시위가 미 전역 9개 도시로 확산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예 전투자산인 해병대까지 동원해 진압 수위를 높였다. 전례 없는 군 동원 카드가 시위를 조기 진입할지, 더 확산시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민주당의 대권 잠룡으로 1월 캘리포니아 산불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마찰을 피해왔던 뉴섬 주지사(민주당)는 정치생명을 건 싸움을 시작했다.

미국 군 당국에 따르면 남부 캘리포니아에 주둔하는 약 700명의 해병대원이 LA에 투입된다. 주 방위군이 LA에 모두 도착할 때까지 해병대가 임시로 공백을 메우게 하겠단 방침인데, 이는 경찰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군사력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뉴섬 주지사를 통하지 않고 배치해 불법 소지가 있는 주 방위군 배치 규모도 이날 2배로 늘리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를 '반란주의자'라고 명명했다. 군인을 동원할 근거로써 1807년 반란 진압법을 발동하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 반란 진압법에 따라 군대를 경찰 활동에 동원한 마지막 사례는 1992년 LA 폭동 때다. 당시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SOS를 쳤었다.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 2025년 6월 9일 로스앤젤레스 시내 리틀 도쿄 인근에서 연방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최루탄 통을 발로 차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 2025년 6월 9일 로스앤젤레스 시내 리틀 도쿄 인근에서 연방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한 시위자가 최루탄 통을 발로 차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 (LA AFP=뉴스1) 신기림 기자


캘리포니아 주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법과 주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주 방위군과 해병대 배치를 차단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의 주 방위군 동원 관련 법에는 '주지사를 통해 발령된다'는 내용이 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해병대원 투입에 대해 "대통령이 주지사와 시장의 권한을 강압적으로 무시하고, 군을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런 전례 없는 조치는 긴장된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행정부의 강경한 시위 진압 배경엔 무역협상 등 경제 정책의 성과가 미흡한 가운데 지지율을 의식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LA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의 대도시를 범죄가 들끓는 지옥으로 묘사하며 정치적 표적으로 삼아왔다. 더구나 이민 이슈는 트럼프가 대선 이후부터 지금까지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온 분야다.

CBS/유거브가 이번 시위 직전(6월 4~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정부의 불법이민자 추방 정책에 54%가 찬성했다. 하지만 9일 유거브가 진행한 조사에선 50%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카렌 베스 LA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 도시는 실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강공책을 견제했다.


아이러니하지만 민주당 역시 뉴섬 주지사가 이번 시위 대응을 계기로 정치적 리더십을 입증하고 전국구 스타로 지지도를 높이면 대선 이후 잃었던 당내 구심점을 찾을 수 있다.

이날 오후 경찰은 이민자들이 구금돼있는 LA 시내 연방 구금 시설 밖에 모인 수백명의 시위대를 해산하기 시작했다. 주 방위군은 건물 진입을 막기 위해 인간 바리케이드를 구축했고 경찰 대열이 거리를 따라 이동하며 사람들을 현장에서 밀어내고 살상력 약한 무기를 발사했다.

국토안보부는 ICE 집행부가 최근 며칠 동안 하루 2000명의 이민법 위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2024 회계연도 일평균 체포자 수인 311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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