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헌법 84조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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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에 이어, 부동산 개발 비리 등 4개 사건이 병합된 이른바 ‘대장동 재판’도 무기한 연기됐다. 대장동 재판은 이 대통령의 재판 5개 중 가장 혐의가 중대하고 복잡해 이 대통령 입장에선 최대의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게 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대장동 재판을 “헌법 84조를 적용해 기일 ‘추후 지정’으로 변경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조항은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訴追)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전날 이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재판을 중단시켰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소추’ 범위에 기소만 해당되는지, 대통령 되기 전 시작된 재판까지 포함되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법원이 잇따라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고 판단해 재판을 중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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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성규 |
‘대장동 재판’에는 대장동·위례·백현동 부동산 개발 비리 사건 3개와 인허가 대가로 불법 후원금을 받았다는 성남FC 사건이 병합돼 있다. 이 대통령은 2023년 3월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으로 먼저 기소됐고, 같은 해 10월 백현동 사건으로 추가 기소됐다. 범죄 혐의 액수만 5000억원이 넘고, 재판받는 사람이 스무 명도 넘는다. 특히 대장동 비리는 2022년 20대 대선 기간에 의혹이 불거져 이 대통령이 낙선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대통령의 주요 혐의는 배임과 뇌물이다. 민간 업자들에게 이익을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골자다. 대장동 사건에선 4895억원, 백현동 사업에선 200억원의 손해를 각각 입혔고, 위례 사업 때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내부 비밀을 흘려 특정 업자들에게 211억원의 이익을 밀어준 혐의(옛 부패방지법상 비밀 누설)를 받는다. 또 두산건설·네이버 등 기업에 인허가를 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후원금 133억여 원을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통령이 민간 업자들에게 사업을 밀어준 ‘최종 결재권자’였다고 봤고, 최측근인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1심 재판은 2년 2개월이 지났지만 위례 사건만 겨우 심리를 마쳤고, 대장동 사건 심리 초반에 중단됐다. 백현동·성남FC 사건은 시작도 못 했다.
하지만 다른 관련자들은 줄줄이 유죄를 선고받고 있다. 전준경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민간 업자 등에게서 8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로비스트 김인섭씨는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을 확정받았고, 김씨를 통해 백현동 사업을 따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회장은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남욱 등 민간 업자들에게 뇌물과 정치자금을 받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월 2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50억 클럽’ 의혹의 핵심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같은 달 1심에서 징역 7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았다. 2021년 말 시작한 김만배·유동규·남욱 등 민간 업자들 비리 사건은 1심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된 정 전 실장의 재판은 내달 15일로 미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정 전 실장이 이 대통령 임기 중 유죄가 확정되면, 퇴임 후 재개될 이 대통령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라는 전망이 나왔다.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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