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10일 오후 제4차 전원회의 개최
새 정부 첫 회의…특고·플랫폼 확대 적용 공방 계속
공익위원 "당장 적용 어려워"…2년 연속 확대 실패
고용부에 실태조사 요구…"내년 심의 때 제출해야"
새 정부 첫 회의…특고·플랫폼 확대 적용 공방 계속
공익위원 "당장 적용 어려워"…2년 연속 확대 실패
고용부에 실태조사 요구…"내년 심의 때 제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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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과 위원들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5.06.10. ppkjm@newsis.com |
[세종=뉴시스] 고홍주 기자 = 2026년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이번에도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와 같은 특수고용직·플랫폼 종사자들에 대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논의의 본격적 진전을 위해 추가 연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고용노동부가 실태조사해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달라"고 권고했다.
최임위는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전원회의를 열고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관련 실태조사 부족과 노사 간 이견차이로 인해 내년에도 적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도급제 등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 임금결정 기준 등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조사로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가능한 수준에서 최저임금법 제5조 제3항(도급근로자에 대한 적용)의 적용과 관련된 대상, 규모, 수입 및 근로조건 등 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2027년도 최저임금 심의 시 제출해주기를 요청한다"며 "보다 근본적으로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우리 위원회가 아닌 실질적 권한을 갖는 정부, 국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기를 권유한다"고 했다.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논의는 지난해 처음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도급근로자는 일의 성과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는 직종으로, 4대보험은 물론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도 빠져있어 대표적인 '노동약자'로 인식돼왔다.
최저임금법에도 도급근로자들에 대한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지난 1986년 이후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된 적은 없었디.
이에 노동계는 지난해 심의 초반부터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하지만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노사의 공방이 지속되자 "현재 조건에서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노동계가 대상이 되는 근로자의 구체적 유형, 특성, 규모 등에 관련된 실태 및 최저임금 적용 방법 관련 자료를 준비하면 추후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양대노총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자체 조사한 실태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올해 가전 방문점검 노동자의 순수입 기준 시급은 7503원이며 배달 라이더 7606원, 대리운전기사 6979원 등이다. 모두 올해 최저시급인 1만3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공익위원들은 "노동계가 준비한 자료에서 우리 위원회는 관련 사례와 사항에 대해 이해의 지평을 확장할 수 있었고, 논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까지 제시된 실태조사로는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며 적용 불가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에 따라 2026년도에도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한편 노사 양측은 이날 회의가 시작되기 전 각자의 자리에 요구 사항을 적은 피켓을 나란히 걸어 이목을 끌었다.
경영계는 '끊임없는 인상 저숙련자 고용은 누가 책임지나', '소상공인도 고용하고 싶다' 등을, 노동계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보장하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불평등 개선하자' 등의 메시지를 피켓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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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들의 좌석 앞에 각자의 주장을 적은 팻말이 붙어 있다. 2025.06.10. ppkjm@newsis.com |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회의 모두발언에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1.5%로 제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불과 3개월 만에 절반 수준인 0.8%로 대폭 하향조정했는데, 실제로 0.8%에 그친다면 이는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라며 "엄중한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특정 직종 종사자들이 근로자인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최임위의 권한도 역할도 아니다"라며 "개개인에게 각각 적용될 시급 단위가 아닌 별도 방식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적절하지 않다. 이들에게 적용할 별도 방식의 최저임금을 최임위가 정하고 있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찾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현행 최저임금법은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명시하고 있고 근로자성 인정은 개별적·구체적 사실관계를 통해 사용·종속관계가 확인돼야 한다는 것이 법원이 확립된 입장"이라며 "개별적·구체적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근로자로 인정된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방식에 대해서는 노동계의 설득력 있는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근로자가 아닌 특고 등 노무제공자에 대한 최저생활 수준 보장은 최저임금법의 범위를 넘어선 문제"라며 "지난해 공익위원 논의 결과처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및 국회 입법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113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주제가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권리 보장인 만큼, 최저임금 확대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원장은 "지난해 내란 사태 이후 6개월의 국정 공백기 동안 가공식품 등 장바구니 물가가 너무 많이 뛰었다. 오르는 물가는 당정이 나서야 하지만, 생계를 안정화하는 정책은 물가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경제 재건에는 반드시 최저임금 정책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마이너스 경제 성장과 사실상 무정부사태 등 정치·경제적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험을 한 독일은 최근 5월 연합정부가 출범하면서 경제재건전략으로 최저임금을 12.82유로에서 15유로로 대폭 인상하고 플랫폼 보호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새 정부가 해야 할 경제재건전략의 핵심은 부채가 아닌 소득을 올리고 특고·플랫폼 등 취약계층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며 이는 바로 최저임금 인상과 확대 적용"이라고 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에게 근로와 적정임금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고, 이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만 국한될 수 없다"며 "특고·플랫폼 노동자 모두 국가의 보호 대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ILO 제113차 총회에서 플랫폼 노동자의 국제노동기준을 협약과 권고의 병행 형태로 만들기로 결정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ILO가 보여주는 세계의 흐름을 따라 한국도 전진할 것인지, 아니면 낡은 탐욕에 발목 잡힐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과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공익위원 권고로 특고·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이 어려워지면서, 향후 최임위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적용과 본격적인 인상 수준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음 최임위 제5차 전원회의는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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