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간 '분기 역성장' 다섯 차례…빈도 늘어
잠재성장률 둔화+수출품목 편중…구조적 영향
"단기 경기대응과 함께 구조개혁 이뤄져야"
잠재성장률 둔화+수출품목 편중…구조적 영향
"단기 경기대응과 함께 구조개혁 이뤄져야"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역성장 발생 확률이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 평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높은 대외의존도, 편중된 산업구조가 변동성을 키운 탓인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단기적 경기대응 못지않게 구조개혁 작업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연구팀의 박근형 과장과 신동희 조사역은 10일 블로그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 빈도는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낮아졌으나 2020년대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직전 5년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산출한 역성장 발생 확률은 2014년 평균 4.6%에서 지난해 13.8%로 3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주요 20개 선진국과 신흥국을 대상으로 역성장 사례를 살핀 결과, 역성장은 평균 성장률이 낮고 변동성이 클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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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통화정책국 정책연구팀의 박근형 과장과 신동희 조사역은 10일 블로그를 통해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 빈도는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낮아졌으나 2020년대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직전 5년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산출한 역성장 발생 확률은 2014년 평균 4.6%에서 지난해 13.8%로 3배 정도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한은이 주요 20개 선진국과 신흥국을 대상으로 역성장 사례를 살핀 결과, 역성장은 평균 성장률이 낮고 변동성이 클수록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기 성장률이 0.5~0.6% 이상에서 유지되고 있는 미국은 역성장 빈도가 추세적으로 상승하지 않고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인 반면, 평균 0.2~0.3%로 크게 낮아진 일본은 역성장 빈도도 추세적으로 상승하면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은은 "성장률이 0%에 가까워질 경우 경제위기뿐 아니라 중소규모의 경제충격에도 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는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평균과 함께 높은 변동성도 역성장 발생 빈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이후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대외의존도가 높을수록 역성장 빈도는 더 뚜렷했다. 수출입 비중이 높을 경우 대외충격 발생 시 무역 경로 등을 통해 경기의 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1970년대에는 경제 규모가 작고 산업구조도 취약했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경기가 큰 폭으로 변동했고, 이로 인해 역성장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후 1990~2000년대를 거치면서 외환위기와 같은 큰 경제위기를 제외하고는 역성장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주력산업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0년대 후반 이후 성장률 평균이 계속 낮아지는 상황에서 변동성은 확대되면서 역성장 빈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2010년대에는 2017년 4분기 한 차례에 그쳤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외에도 다양한 대내외 충격으로 인해 5년 사이 다섯 차례의 역성장이 발생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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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최근 우리나라의 역성장 발생 증가가 경기적 요인과 함께 국내 성장잠재력 저하, 대외충격에 대한 취약성 등 구조적 요인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평균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 경기 변동성은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가능인구 감소, 산업경쟁력 저하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2000년대 초 5%에서 최근 2%를 밑도는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런 하락 속도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빠르다. 잠재성장률 둔화는 평균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져 분기 역성장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가운데 높은 대외의존도와 일부 산업에 편중된 수출 구조가 성장의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대외의존도는 2015년 75%에서 2021년 이후 83%로 높아졌으며 수출 품목 집중도도 0.148에서 0.184로 상승했다. 한은은 "이러한 경제구조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가 큰 최근의 상황에서 대외충격의 영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보고서를 통해 평균 성장률 하락이 지속될 경우 역성장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역성장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는 만큼,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 대응과 함께 중장기 시계에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은은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경기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신성장동력 확충, 저출생·고령화 대응 노력을 강화하면서 내수 활성화와 수출 다변화 등을 통해 대외충격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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