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협·전자출협, 美 법원에 소장 제출
“인앱 결제 강제·고율 수수료 부당”
출판 피해만 연간 600억~800억원
“인앱 결제 강제·고율 수수료 부당”
출판 피해만 연간 600억~8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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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전자출판협회, 법무법인 지향이 10일 서울 종로구 출협에서 구글 및 애플 집단소송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전자출판협회가 구글과 애플의 강제적인 인앱 결제와 높은 수수료율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출협과 전자출협은 10일 서울 종로구 출협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법인 지향과 하우스펠드 LLP(Hausfeld LLP)를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해 지난달 23일 애플, 이달 4일 구글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출협과 전자출협은 애플 앱스토어, 구글 구글플레이를 통해 어플리케이션(앱)을 유통하는 국내 모든 앱 개발자를 대표하는 대표 원고이며, 판결이 내려질 경우 그 효과는 한국의 모든 앱 개발자에게 미치게 된다.
박용수 출협 상무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수수료로 국내에서 피해를 본 금액은 출판 분야에서만 연간 약 600억~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것도 보수적으로 잡은 금액이며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병주 법무법인 지향 한국·미국 변호사는 “한국은 디지털 강국으로 모바일 매출이 세계 4위 정도”라며 “인앱 매출도 1년에 6조 원 정도다. 애플과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매년 조 단위의 수수료를 뺏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출협은 애플의 인앱 결제 강제와 30%의 높은 수수료율 적용을 지속하는 데 이어, 2020년 구글이 자사 인앱 결제 강제와 30% 고율 수수료 적용 범위 확대 방침을 밝힌 지금까지 5년여 간 이 같은 높은 수수료가 많은 기업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독점 행위의 일환으로 보고 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실태 조사와 입법을 촉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 및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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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구글 로고 옆을 걷고 있다. [로이터] |
그 결과 한국은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 결제 강제 금지’를 법제화(전기통신사업법 개정)하고, 공정위의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앱 마켓 독점 시정조치(2021년 12월 30일 의결), 방송통신위원회의 구글, 애플 인앱 결제 강제에 대한 과징금과 시정조치의 예비결정(2023월 10월 6일) 등이 내려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같은 행정 조치에도 구글과 애플은 사실상 아무런 시정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앱 마켓 독점과 불공정행위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이에 국내 대처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출협은 법무법인 지향을 통해 직접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 법정에 애플과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법무법인 지향과 하우스펠트는 소장에서 애플의 ▷사실상 자사 인앱결제 강제행위 및 과도하고 불공정한 인앱 결제 수수료(최고 30%) 부과 행위 ▷자사 서비스(애플 뮤직 등) 우대 및 경쟁 앱 불이익 제공 행위 ▷개발자에게 불리한 정책의 일방적 변경 및 통보 등 행위가 미국의 셔먼법 및 캘리포니아 불공정경쟁방지법 위반이고, 한국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시정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법원의 명령을 요구했다. 아울러 과거의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윤철호 출협 회장은 “교보문고 같은 출협 회원사나 웹툰, 웹소설 업체 같은 전자출협 회원사들이 인앱 결제의 피해자에 해당된다”며 “이들의 비용 부담은 결국 콘텐츠 생산자들에게도 압박이 돼 창작자들의 몫이 줄어드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앱 결제 문제는 출판 영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앱 개발자 전체와 연결된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출협과 전자출협은 게임, 음악 등 다른 분야의 단체나 개별 앱 개발자도 대표원고로 참여할 기회를 열어 두고 있다.
출협은 “출판사를 포함한 많은 인터넷 정보기술(IT), 콘텐츠 회사들이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한 시장 지배력 앞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 “출협이 대표원고가 돼 추진하는 이번 집단소송은 단순히 수수료 인하와 손해배상을 넘어, 앱 마켓을 운영하는 빅테크의 자의적 운영을 막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소송의 의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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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화면과 로고. [AFP] |
향후 소송은 디스커버리(증거 조사) 단계를 거치게 된다. 소송 상대와 제3자의 정보를 광범위하게 모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중요한 절차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피해자의 범위는 한국에서 앱 마켓에 등록한 모든 앱 개발자 중에서 유료 앱, 인앱 결제가 있는 앱 개발자 전부”라며 “미국에서는 단체들에 소속 기업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소송 자격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소송 진행 과정을 한국의 모든 앱 개발자에게 알릴 예정”이라며 “다른 협회들에도 대표 원고로 추가로 들어오라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고,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배상 금액은 원고가 소장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향후 소송 과정에서 적정 수수료율을 책정한 뒤 구글과 애플의 정보 조사를 통해 현행 수수료율과 적정 수수료율의 차액을 계산해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다른 국가의 소송에서는 적정 수수료율을 현행 수수료율보다 낮은 15%나 10%로 책정한 바 있다.
김환철 전자출협 회장은 “전체 창작자들과 개발자들을 대신해서 출협과 전자출협이 소송을 시작했다”며 “구글과 애플이 전체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강력하고 금액도 많다. 30% 수수료가 부과되면 예컨대 100원 받던 걸 150원 받아야 하고, 독자들은 부담을 느껴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들고 시장이 작아지게 된다”고 짚었다.
이병주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초대형 기업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구글과 애플이 (플랫폼의) 힘을 이용해 굉장한 초과 이익을 얻고 결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전가되는 사태에 한국이 앞장서서 소송을 제기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개발자, 소비자들도 따라와서 국제적 정의를 찾을 수 있는 소송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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