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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청신호…넷플릭스와 0.4%P차 턱밑까지 추격

아시아경제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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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웨이브' 합병 청신호…넷플릭스와 0.4%P차 턱밑까지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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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덕 북쪽 22㎞서 규모 2.3 지진…오늘 두번째
공정위, 기업결합 신고 조건부 승인
부담 줄인 '통합 요금제' 출시 예상
글로벌 진출 도전도…힘 싣는 정부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 신고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넷플릭스가 사실상 독점해왔던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앞으로 두 플랫폼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결합 상품이 출시되고, 토종 OTT의 글로벌 시장 진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콘텐츠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토종 OTT를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힘을 싣고 있다.
이용시간 기준으로 티빙+웨이브가 넷플릭스 앞서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OTT 시장 점유율은 이용자 수 기준으로 1위는 넷플릭스(33.9%)가 차지했다. 그 뒤는 티빙(21.1%),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가 이었다. 합병 수순을 밟고 있는 티빙과 웨이브의 점유율을 합치면 33.5%로, 넷플릭스와 단 0.4%포인트 차이다. 같은 기간 이용 시간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는 티빙(26.8%)과 웨이브(19.9%)를 합쳤을 때 넷플릭스(39%)를 거뜬히 제친다.

현재 K콘텐츠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넷플릭스 같은 해외 플랫폼이 유통 주도권과 수익을 독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제작사들이 재투자 여력이 없어지는 게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이 넷플릭스 독점 체제를 무너뜨릴 전환점이 될 것이라 주목받아왔다. 양사는 공식 입장을 통해 "경영 노하우와 플랫폼 역량을 결집해 이용자들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와 향상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면서 "토종 OTT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K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다만 공정위는 국내 OTT 이용자 수 기준 2위(티빙)와 4위(웨이브) 업체가 결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구독료 인상과 소비자 선택권 저해를 우려했다. 이에 따라 양사는 내년 12월 31일까지 현행 요금제를 유지하고, 결합 상품을 출시해도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티빙 2대 주주 KT, 합병 찬성할지가 최대 관건
공정위가 이날 티빙과 웨이브 간 임원 지위 겸임을 승인한 것은 양사 간 이사 파견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통합 조치의 사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CJ ENM(티빙 대주주·웨이브 전환사채 보유)과 티빙은 웨이브의 이사 8명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하고,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양사가 공통의 목표를 달성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결합 상품이 출시로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질 뿐만 아니라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 시청 경험 확대도 가능해진다. 웨이브 관계자는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효율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티빙과 웨이브는 지난해 각각 710억, 189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는데,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다만 실제 합병까지는 가려면 여러 고비를 넘겨야 한다. 웨이브 관계자는 플랫폼 통합 형태의 최종 합병에 대해선 "양사 주주 동의 등 절차가 남아 주주 간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빙과 웨이브는 이미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합병이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합의가 필요해 차일피일 미뤄지는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가 명확히 찬성하지 않으면서 절차가 1년 반 동안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IPTV 사업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KT로선 넷플릭스에 이어 또 다른 공룡 OTT가 탄생하면 가입자 감소 등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아직까지 합병에 부정적 입장이다. KT는 최근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고려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토종 OTT'에 힘 싣는 새 정부
다만 새 정부가 '토종 OTT 지원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KT가 입장을 선회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OTT 콘텐츠 제작 투자자에 대한 세제 지원, K OTT 콘텐츠와 플랫폼 해외 진출 활성화, K OTT 콘텐츠의 지식재산권(IP) 확보 및 저작권 침해 방지를 지원책으로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포함한 해외 플랫폼에 대한 국내 제작사의 의존도를 줄이고 플랫폼 주권을 확립해 K콘텐츠 수출까지 달성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창희 디지털정책산업연구소장은 "양사의 경쟁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반을 다지게 됐다"며 "콘텐츠 부문에서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 측면에선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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