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테크M 언론사 이미지

정부 문턱 넘은 '티빙-웨이브' 합병...마지막 관문은 '주주 동의'

테크M
원문보기

정부 문턱 넘은 '티빙-웨이브' 합병...마지막 관문은 '주주 동의'

속보
이란 매체 "이스라엘 공격으로 테헤란서 사망자 발생"
[임경호 기자]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 간 임원겸임 방식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국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탄생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가 내린 첫 번째 기업결합 승인 심사 결과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가 K-OTT 진흥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글로벌 진출이 간절한 국내 OTT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양사의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간 동의가 필요해 이제 막 첫 단추를 뀄다는 진단도 나온다.

공정위, 티빙-웨이브 합병 조건부 승인

공정위는 10일 CJ ENM 및 티빙의 임직원이 콘텐츠웨이브(웨이브)의 임원 지위를 겸임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신고 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국내 사전제작콘텐츠 중심 유료구독형 OTT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 이사 8인 중 대표이사를 포함한 5인, 감사 1인을 자신의 임직원으로 지명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2024년 11월 27일 웨이브와 체결하고, 같은 해 12월 26일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공정위가 내린 시정조치에 따르면 2026년 12월 31일까지 티빙 및 웨이브는 현행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 이들이 하나의 서비스로 통합하더라도 사실상 요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소비자가 기존과 유사한 수준의 통합 요금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내용을 준수토록 했다. 합병 이후에도 기존 이용자들이 사용하던 요금제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고, 해지 시점 1개월 내 현행 요금제 재가입 요청 시 이를 허용하도록 해야 했다.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표=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양사가 모두 OTT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경쟁회사 간 결합(수평결합)이 발생한다고 봤다. 이 외에도 콘텐츠 공급시장에서 방송콘텐츠 외주제작 방송콘텐츠 방영권 거래 영화 부가배급 등 '수직결합'이 발생하고, OTT 시장과 이동통신 소매 및 디지털 유료방송 간 '혼합결합'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시정조치는 이 같은 지점에 대해 'OTT 서비스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구독료 인상 우려가 있는지', 'CJ 소속회사가 콘텐츠를 티빙 및 웨이브에만 공급해 경쟁 OTT 사업자가 콘텐츠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할 우려가 있는지', 'SK 소속회사가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 서비스와 OTT서비스의 결합판매를 통해 경쟁 OTT 사업자를 배제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중점 검 검토해 내놓은 결과다.

CJ ENM 측은 이번 결과에 대해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으로 내린 결정인데다 K-OTT에 대한 정책 드라이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향후 합병 시 규모의 경제를 이뤄 넷플릭스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주 합의 여전히 난제로

업계에서는 양사 간 합병을 위한 '일보전진'에도 여전히 갈길이 멀다는 전망이 나온다. 2023년 12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병 추진 소식을 공식화한 티빙과 웨이브가 1년 6개월이 넘도록 합병에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J ENM 측의 입장도 이 같은 점을 염두한 해석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합병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T스튜디오지니 측 반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지난 4월 서울 강남 모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합병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방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티빙과 KT의 협력에 대해서도 "당시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발언했다.

티빙의 지분은 CJ ENM이 48.85%를 보유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13.54%로 JC파트너스와 함께 2대 주주에 올라있다. 그 외 SLL 네이버 등이 주요 주주로 등재됐다. 웨이브는 SK스퀘어가 40.52%를 보유 중이며 지상파 방송 3사가 19.83%씩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티빙(위)과 넷플릭스의 2024년 1월~2025년 4월 MAU. 티빙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자 MAU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사진=모바일인덱스

티빙(위)과 넷플릭스의 2024년 1월~2025년 4월 MAU. 티빙은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시즌이 종료되자 MAU가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후발 주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사진=모바일인덱스


양사의 합병이 지연되는 사이 넷플릭스가 국내 입지를 굳히며 올해 들어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 1400만 시대를 열기도 했다. 반면 국내 OTT들은 지난해보다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티빙의 경우 지난해 KBO 디지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MAU 800만을 돌파했지만 프로야구 비시즌 기간 MAU가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이 때문에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서둘러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국방송학회도 지난 4월 기획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지점을 짚었다. 미디어산업 평론가로 활동 중인 조영신 박사는 당시 발제를 통해 "넷플릭스가 선택하지 않는 국내 콘텐츠를 흡수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합병 시 점유율 확대 외에도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효율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 지원해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를 염두한 발언이다. 또 국내 문화예술인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통합 OTT 필요성에 대한 담론에 "논의 중"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시장 이용자 점유율은 넷플릭스가 33.9%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티빙(21.1%)과 웨이브(12.4%)의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경쟁력 있는 토종 OTT의 출범이 꾸준히 거론되는 배경이다. 특히 웨이브의 경우 넷플릭스와 티빙, 쿠팡플레이에 이은 후발 주자로 포지셔닝 하면서도 꾸준히 MAU를 유지하고 있어 합병에 효과를 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웨이브 측은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양사 임직원이 상호 이사로 등재 가능해지며 경영진 파견 등 실질적인 사업협력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며 "양사 주주 동의 절차가 남아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저작권자 Copyright ⓒ 테크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