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당시 정부효율부 수장과 이야기하면서 굳은 표정으로 그를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자신을 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공격이 ‘약물’의 영향일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6일 미 뉴욕타임스(NYT)는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하루여 동안 측근들에게 머스크의 ‘미친 행동’이 마약 사용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CNN 방송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에게 “머스크가 최근 48시간 동안 보인 행동이 약물 의혹과 연관이 있다고 보느냐”고 묻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NYT는 머스크의 측근들을 인용해 그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케타민, 엑스터시 등 마약과 각성제 등을 수시로 복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NYT는 “머스크는 측근들에게 ‘케타민을 너무 많이 복용해서 방광에 문제가 생겼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이 보도가 나온 뒤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약을 전혀 하지 않는다! NYT는 완전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몇 년 전 처방받은 케타민을 복용했다. 이건 이전에도 말한 바 있으니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라며 “어두운 정신적 굴레에서 벗어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그 이후로는 먹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내용의 NYT 기사 내용을 보고받은 뒤 머스크의 최근 행동도 이런 약물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하지만, 그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이 같은 의심을 드러낸 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으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는 “머스크의 약물 사용과 관련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NYT 기사를 읽었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가 조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머스크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머스크와 대화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어떤 계획도 없다”고 했다. 그는 “머스크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그가 테슬라에서 잘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아울러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은 여전히 검토 중이라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다”, “보조금이 너무 많다”고 했다.
한편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앞장서서 지원했던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에서 내려온 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돌아섰다. 그는 연일 트럼프 행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각각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과 ‘엑스’를 통해 설전을 벌이면서, 관계는 파국에 다다랐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에 “거짓”(False)이라고 반박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그가 돕지 않았어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다. 아주 배은망덕하다”고 했다. 머스크는 이날부터는 ‘대통령’이라는 존칭을 떼고 “트럼프”나 “이 남자”(this guy)로 그를 지칭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는 질문에 이용자들의 찬반을 묻는 온라인 설문 게시물을 올렸고, 또 이후 한 지지자가 올린 “트럼프는 탄핵돼야 한다”는 글에는 “그렇다”는 답글을 달았다.
이러한 머스크의 공격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라는 글을 트루스소셜에 올렸다.
[김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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