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건설광고, 사기와 과장 사이②
공동주택관리법상 하자담보책임/그래픽=윤선정 |
과대 분양광고에 속아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집의 주인이 된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기댈 법이나 제도가 충분치 않다. 건설업자들이 규제 빈틈을 활용해 법적 책임을 교묘히 피하기 때문이다. 주택 도면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하자 책임을 물을 명시적 규제도 없는 데다 부대시설물은 설계도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거시장에서 하이엔드를 내세우는 건축물들이 설계와는 다른 모습으로 지어지거나 분양 당시 광고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분쟁이 일어난 사례가 늘고 있다. 수분양자들은 '사기 광고'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이를 규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법조계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분양 광고는 분양 대상이 되는 주택의 장점들과 조감도 등을 반영해 화려하게 제작된다. 그러나 시공 과정에서 건축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내용은 계약서에 작게 반영된 경우가 많다. 소송이나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다.
시행사는 분쟁 발생 시 그 내용을 들이밀 수 있다. 시공사는 애초에 공사만 했기에 분쟁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또 계약서에도 이러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수분양자가 소송을 걸어도 이길 가능성은 낮다. 법조계 관계자는 "분양 관련해서는 모두 계약서가 기준"이라며 "시공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는 문구들이 있고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책임이 수분양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공개된 설계와 다르게 지어진 점을 이유로 들어 법적으로 '하자' 개념을 적용하고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명시적인 관련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공동주택관리법 제 36조에서는 하자담보책임을 규정한다. 내력구조부별이나 시설공사별로 최대 10년의 범위 안에서 건축주나 시공자가 하자보수에 대한 담보책임을 진다.
그러나 공동주택관리법 제 36조 4항에서는 하자의 범위를 '공사상 잘못으로 인해 균열·침하(沈下)·파손·들뜸·누수 등이 발생해 건축물 또는 시설물의 안전상·기능상 또는 미관상의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함'으로 규정한다.
즉 시공된 결과물이 설계도면과 다르다는 점은 하자의 범위에 속한다고 명시되지 않아 이를 이용해 보수를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이 부분에 대해 변경이 가능한 범위에 들어간다고 주장할 경우 수분양자가 법적으로 하자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
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주거시설 뿐만 아니라 분양 광고 당시 홍보했던 커뮤니티 시설에 대해서도 준공 후 실상은 조감도 등과 다르다는 불만이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공개된 도면이 없어 설계와 시공 간의 괴리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실제로 커뮤니티나 부대시설 같은 경우 도면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도면이 없다면 사실상 처음(계획)과 달라졌음을 증명하기 쉽지 않다"며 "준공 이후에는 이를 제제·조정할 여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조합이나 수분양자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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