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런던(영국), 이성필 기자] 라이벌을 놀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난 23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중에서도 토트넘 홋스퍼가 위치한 북런던은 축제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토트넘이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우승하며 2007-08 리그컵 이후 17년 만에 무관에 탈출, 버스 행진이 열렸기 때문이다.
선글라스를 쓴 손흥민, 최악의 사령탑에서 모두가 계획이 있는 지도자임을 알게 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등이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결정적인 수비를 해냈던 미키 판 더 펜의 수비 동작을 따라 하는 팬이 보일 정도였다.
토트넘의 우승은 여전히 화제다. 무료 신문인 '메트로'의 스포츠 소식의 절반은 토트넘 이야기였다. 24일 신문에서 '손흥민이 10년의 무관 탈출에 성공하며 전설로 자리 잡게 됐다. 미키 판 더 펜은 동상을 세워야 한다'라고 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내년까지 토트넘과 계약되어 있다. UEL 우승을 해도 토트넘과 결별할 것이라는 여러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도는 이어지고 있지만, 우승 행사에서 직접 "드라마는 시즌 2보다 시즌 3가 더 재미있다"라는 말로 지속 동행을 예고했다.
반대로 미켈 아르테타 아스널 감독은 적잖이 부담을 안게 됐다. 꼴찌 사우스햄턴과 최종전을 원정으로 갖고 2위 사수는 확실하지만,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고민으로 자리 잡게 됐다.
2019년 부임 후 2019-20 시즌 FA컵 우승이 전부다. 리그는 2022-23, 2023-24 시즌 모두 2위였고 올 시즌도 같은 결말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스트라이커 문제가 여전히 고민이고 빅토르 요케레스(스포르팅CP)를 거액에 영입하겠다는 소식이 메트로를 장식하고 있었다.
런던 지하철에서 아스널의 복장을 하고 있거나 머플러 등을 목에 두르고 있으면 'Arsenal are always second. Tottenham have conquer Europe!(아스널은 언제나 2등이야. 토트넘은 유럽을 정복했어!)'라는 토트넘 팬들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들렸다. 큰 대회 우승 못하는 아스널과 달리 토트넘의 '모 아니면 도'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것에 대한 당당함이다.
오히려 토트넘 팬들은 환영받았다. 26일이 연휴인 뱅크 홀리데이라 그렇지 않아도 사람 많은 런던에 챔피언십(2부 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응원을 위해 선덜랜드-셰필드 유나이티드 팬들이 런던 시내를 가득 메웠다. 이날 영국 축구의 성지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플레이오프로 프리미어리그 승격 여부를 가렸기 때문이다. 9만 명 수용이지만, 경기장 밖 응원까지 더하면 족히 10만 명 이상은 된다.
우승으로 인해 토트넘 팬들은 유니폼 등을 더 당당하게 입고 다닌다. 이를 본 선덜랜드, 셰필드 팬들이 악수하자며 우승 기운을 받는 모습이었다. 토트넘 팬들은 재치 있는 훈수를 뒀다. "Keep your defense straight", 직역하면 "수비를 똑바로 해라"라는 말이다. 단판 승부에서는 공격보다 수비를 잘해야 결과를 얻는다는 뜻이다. 토트넘이 극강의 수비를 맨유를 이긴 것에 대한 어떤 방법론을 설명한 것이다. 결국 선덜랜드가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을 넣으며 2-1로 죽어도 선덜랜드의 완결판을 찍으며 승격에 성공했다.
런던에서 어깨를 제대로 펴고 다니는 토트넘이다. 내주 유로파 컨퍼런스리그(UECL) 결승에서 첼시가 레알 베티스(스페인)를 이기고 정상에 올라도 상위 대회인 UEL에서 우승한 토트넘 팬들의 기세는 당분한 이어질 전망이다. 리그 2위인 아스널보다 UEL 우승으로 다음 시즌 UCL에서 똑같이 경쟁하는 토트넘에 자신감이 더 크게 실리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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