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장민수 기자) 배우 조보아가 씁쓸한 기억을 안겨준 사극 장르에 다시 도전했다.
조보아는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 재이 역으로 출연했다. 2013년 MBC 드라마 '마의' 종영 이후 12년 만의 사극이다. 당시 연기력에 혹평이 많았다. 그 '아픈' 기억 탓에 조보아 역시 "사극을 피해 다녔다"고.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없어서 도전을 못 했다. 그동안 다른 작품들에서 조금씩 맛보기로 하기는 했다. 그럴 때마다 한복 입는 게 너무 재밌고 사극 촬영의 매력도 느껴졌다. 다시 사극을 해보고 싶던 차에 탄금을 만나서 결심하게 됐다"고 재도전 계기를 밝혔다.
10년 넘게 연기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물속에 들어가고, 한복을 입은 채 수차례 기와지붕을 오르며 육체적으로도 고된 촬영이 이어졌다. 이에 조보아는 "이번에 찍으면서 사극에 대한 무게감, 어려운 장르구나 더 절실히 깨달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무엇이 가장 어려웠을까. 그는 "사극은 정확한 고증이 있는 게 아니지 않나.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으니까 어떤 말투로 말해야 할지 알 수도 없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게 조심스러워서 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만큼 크게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일상적이지 않은 장소, 의상 등이 주는 힘이 컸다고. 이에 조보아는 "끝나고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한번 더 도전해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며 재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탄금'은 실종됐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조보아는 "재이는 동생과의 관계가 더 큰 인물이다. 그 부분에 매력을 크게 느낀 것 같다. 우애를 애절하게 표현해 보고 싶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전했다.
그러나 배우로서 기대와 달리 아쉬움도 있었다. 재이의 캐릭터가 다소 수동적이고, 표현 방식에도 제약이 많았기 때문.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액션이 없는 것도 아쉬운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에 조보아는 "원작 소설에서의 재이가 더 능동적이고 의사 표현도 더 확실한 아이였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좀 부드럽고 캐주얼한 친구였다"고 재이를 소개하며 "어린 홍랑을 잃은 애처로움, 그리움을 잘 표현하려고 했다. 홍랑이라고 등장한 인물에 대한 알 수 없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살리고자 노력했다"고 연기 포인트를 전했다.
극중 인물의 완성은 항상 배우에 의해 완성된다. 조보아 역시 재이를 완성함에 공을 쏟았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장면도 탄생시켰다.
조보아는 "표현을 마음껏 하지 못하고 절제되고 눌려 있는 캐릭터다. 거기서 오는 답답함이 있었다.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하면서 그런 부분을 손등을 누르면서 자해하는 걸로 표현하자고 했고, 애드리브처럼 넣게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재이는 홍랑(이재욱), 무진(정가람) 두 이복남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배우로서는 남매와 연인 사이 묘한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다.
이에 조보아는 "세 인물이 각기 다른 아픔이 있다. 그게 서로 연민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주면서 사랑으로 싹트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그걸 딱딱 나누기보다는 그 사람에 대한 하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재욱과의 멜로 연기 또한 '탄금'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조보아는 "이재욱 배우가 동생인데 크게 그런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성숙하고 태도가 너무 좋다. 선배 배우랑 찍을 때처럼 오히려 내가 의지를 많이 했다. 산속에서 찍는 것도 많고 위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잘 챙겨줘서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해 10월 결혼해 신혼을 즐기고 있는 조보아다. 그런 와중에 격한 스킨십을 동반한 멜로 연기를 펼쳤으니, 남편이 질투하지는 않을까. 그러나 조보아는 "애정신에 있어 이해를 많이 해준다. 일할 때의 나를 철저히 분리해서 봐준다. 많은 배려 받으면서 일하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2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로 데뷔한 후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차기작으로는 배우 김수현을 둘러싼 논란으로 공개가 잠시 보류된 디즈니+ '넉오프'에 출연했다.
다만 스크린에서는 볼 기회가 많지 않다. 2014년 '가시'가 유일한 영화 필모그래피. 조보아 역시 "영화는 너무 사랑하는데 기회가 많지 않았다. 많이 도전 못 해서 아쉽다"라며 "기회가 되면 캐릭터 비중이나 역할 따지지 않고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다만 급하게 욕심을 부리지는 않을 예정이다. 1991년생,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그는 "20대 때는 욕심이 정말 많이 지배했다. 스스로에 대한 채찍도 심하게 하면서 달려왔다. 근데 30대가 돼서라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은 내려놓고 여유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욕심낸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순간들이 있었다.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하고 즐기면서 살자는 마음가짐이 더 커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내면이 잘 갖춰지고 풍요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다른 사람, 다른 캐릭터 표현할 수 있는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다. 작가님이 써주신 캐릭터를 최대한 원하는 만큼 뽑아내서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가는 인정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사진=엑스와이지 스튜디오,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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