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스스로는 올 시즌 기록 중인 평균자책점 1.99가 언젠가 평균에 수렴할 잠깐의 숫자라고 말했지만, 커리어 전체가 아닌 '전성기' 기준으로 보면 임찬규의 지금 기록은 결코 지나가는 성적이 아니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82구를 던지면서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경기는 LG의 6-2 승리로 끝났고, 임찬규는 시즌 7번째 승리(1패)를 챙길 수 있었다. 다승 공동 2위 기록. 더불어 임찬규는 평균자책점을 1.99까지 끌어내리고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 1.68)에 이어 이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자신의 공을 이용하는 방법에 도가 텄다. 15일 투구는 직구(26구)보다 커브(31구)가 더 많았다. 임찬규는 "잠실은 크고, 키움에는 왼손타자가 많다. 체인지업을 쓰기 위해 커브를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은 공교롭게도 커브를 많이 썼는데, 편중되지 않게 여러가지를 많이 던지려고 했는데도 결과가 좋다 보니 계속해서 커브를 던지게 됐던 것 같다"고 얘기했다.
ABS의 긍정적인 영향은 또 있다. 임찬규는 '반대 투구 효과'가 투수의 마음을 더 편하게 해준다고 했다. 주심이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할 때는 포수의 리드와 반대로 가는 '역투'가 나왔을 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도 볼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포수의 포구 자세가 주는 시각적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메이저리그에서는 '주심이 공을 잘 볼 수 있는 자세'까지 연구한다). 임찬규는 "넓게 보고 던져도 존에 스치니까 그런 면은 ABS가 사실 좋다. 스트라이크를 꼭 던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마음 편하게 던질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이날 7이닝 1실점 덕분에 임찬규의 평균자책점은 1.99까지 떨어졌다. 폰세와 함께 평균자책점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는 위치에 있다. 임찬규는 "지금 1점대지만 시즌 끝날 때까지 1점대일 거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점수를 많이 주는 날도 있을 거고, 자기 자리가 있듯 평균에 수렴을 할 텐데 앞쪽에 점수를 아껴두면 좋으니까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었다.
하지만 임찬규의 기록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특급'이었다. 임찬규는 지난해 2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83을 남겼다. 그런데 8월 15일 한화전부터 마지막 7경기만 보면 4승 1패 평균자책점 1.66이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임찬규는 8월 9일 NC전 2⅔이닝 7실점 부진에서 깨달은 점이 있다고 했다. LG는 이 경기에서 NC 에릭 요키시를 상대로 1회 10점을 뽑았다. 그리고 10-9로 겨우 이겼다. 임찬규는 10점의 지원을 받고도 7점을 내준 채 속타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10점을 안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뒤 임찬규는 각성했다. 지난해 8월 15일부터 올해 5월 15일까지 임찬규는 16경기에서 11승 2패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에서는 평균자책점 1위고, 6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에서는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1.81)에 이어 2위다. 임찬규의 1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은 단지 올해 시즌 초반의 반짝 성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임찬규는 여전히 의연했다. 그는 "평균자책점을 신경 쓰다 보면 그게 목표가 될 수 있다. 지금도 신경 안 쓰고 던지다 보니 1점대 기록을 내고 있는 거다. 평균자책점이 올라가더라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투구를 하다 보면 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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