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2+2 통상협의' 워싱턴서 개최…'7월 패키지' 마련 공감 등 성과
美측 '최선의 안' 만족감 뒤에 '韓조선'…지난주 미일 첫 협상과 대조적
![]() |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 참석, 스콧 베센트 미국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의시작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4.2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
(서울=뉴스1)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 진행한 첫 '2+2 통상협의'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됐다.
미국 측의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이른바 '7월 패키지'(July Package)를 마련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 내용이다.
이는 한국의 6·3 대선 이후 새 정부에서 최종 타결을 추진한다는 의미로, 정부로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첫 단추를 끼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 협상은 8일 전 열린 미일 첫 협상 결과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 관심을 끈다.
美의 우선 협상국 한·일, 1주일 간격으로 나란히 첫 협상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국 순위에서 각각 8위와 7위였고, 최대 대미 수출품은 자동차로 동일하며 양국 모두 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미국으로부터 90일간 유예된 관세율은 한국은 25%, 일본은 24%로 엇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미국으로부터 받는 압박의 정도와 양국의 대처법이 큰 틀에선 다를 수가 없다. 하지만 첫 협상을 자세히 뜯어보면 유의미하게 다른 점들이 있다.
우선, 트럼프의 등장 여부다. 지난주 트럼프는 협상 직전에 돌연 자신이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혀 일본 측을 당황하게 했다. 일본 협상단은 고위급 협의에 앞서 백악관에서 약 50분간 면담했다. 각료급 회담에 앞서 국가 정상의 관여는 미국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압박으로 작용한다. 트럼프는 외교적 결례임에도 미국의 자동차와 농산물이 일본에서 팔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를 '0'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미일 협상에서와는 다르게 한미 협의에선 방위비 문제가 언급되지 않은 점도 다르다. 트럼프는 일본 측에 "미국은 일본을 보호하고 있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측의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요구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 |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건네 준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써보고 있다.(출처 백악관) ⓒ News1 류정민 특파원 |
협의 속도에서도 차이가 보인다. 일본 협상단을 이끄는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트럼프가 "'일본이 협의의 최우선'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쌍방이 솔직하고 건설적인 자세로 협의에 임해 가능한 한 조속히 합의를 이끌어내 양국 정상 간 발표를 목표로 한다"며 후속 협상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을 중시하고 있다는 표시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 내 전문가들과 언론에선 일본이 가장 쉬운 상대여서 미국이 각국과의 협상에서 일본을 모범 사례로 활용하려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서두르면 일을 망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압박은 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한국은 미국 측의 상호관세 90일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7월 패키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의 6·3 대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한 요청을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는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위한 양국 간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예단은 어렵지만 일본보다는 시간에 쫓기지 않은 상태에서 긴 호흡으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조선 협력' 카드 돋보인 韓…日보다 대미 협상력 우위
미국에 쓸 수 있는 카드도 다르다. 미국은 민간 및 군수 조선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건조 능력이 좋은 한국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커트 캠벨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23일 강연에서 "조선 분야를 협상 채널로 삼아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 방향이 (관세 협상에서) 잡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이날 "한국의 최선의 안을 가져왔다"고 흡족해 한 것도 바로 이 조선업 협력을 의미한 것일 수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번에 설명한 내용 중 조선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공감대를 나타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협상 카드로 미국산 제품 구매 확대와 규제 철폐 정도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도 논의 중인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 참여외에 미국산 쌀과 콩, 옥수수 수입 확대와 자동차 안전기준 완화 등의 조치를 논의 중이다. 쌀의 경우엔 연간 6만~7만톤 수입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allday3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