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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성장률 전망 낙관적이었다" 하향 시사한 한은…잠시 멈춘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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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성장률 전망 낙관적이었다" 하향 시사한 한은…잠시 멈춘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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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국내정치 불안 등에 1분기 역성장 우려
통상여건 악화까지, 5월 성장 전망 하향 불가피
전례 없는 커다란 불확실성 속 금리 2.75%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7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역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11월)에서 1.5%(2월)로 대폭 낮춘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또 한 차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관세정책과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국내 경제심리 등이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섣불리 통화정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악의 산불 등 예기치 못한 사고들까지… 1분기 성장률 끌어내려


이날 한은은 경제상황평가에서 1분기 성장률에 대해 "2월 전망치인 0.2%를 밑돈 것으로 추정되며,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일정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장기화된 여파도 컸고, 역대 최악의 산불이나 교량 붕괴사고와 같은 예기치 못한 대형 사고들도 내수 위축을 야기했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월 전망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었던 것 같다"며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을 더 크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하더라도 대중 관세나 품목별 관세 등이 우리 경제 성장의 하방위험을 상당폭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도 지난 전망(750억 달러)을 하회할 것으로 봤다. 전날 세계무역기구(WTO)도 세계 상품무역이 0.2% 감소할 것이라며 국제 교역 위축을 예견했다. 지난해 10월 3.0% 증가를 예상했던 '도널드 트럼프 관세 이후' 전망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어두운 터널 속 속도 조절"… 큰 불확실성에 동결 선택


어두운 경제 전망에도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2.75%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 신중한 대응에 방점을 둔 조치다. 이 총재는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 속도를 조절하며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기본 전망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성장 경로를 예측하는 데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변동성이 큰 환율과 가계부채 흐름이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된 지난주에는 원·달러 환율이 일주일 사이 70원 가까이 오르내리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앞으로도 관세 정책의 복합적 영향에 국내 정치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환율 진폭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1,400원대인 환율에 대해 이 총재는 "미 관세정책과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더 내려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확대 재지정하기는 했지만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영향으로 작년 말부터 주춤했던 가계부채도 상승 조짐을 보이는 점도 문제다. 또 외국인 자금 이탈을 유발할 수 있는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1.75%포인트) 확대 역시 한은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금리 인하 사이클은 변함없어… 5월 인하 유력


시장은 내달 2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가계대출 흐름과 1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진행 상황,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정책금리 방향 등을 참고해 수정된 경제성장률 전망과 함께 통화정책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인하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이 총재는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5월 경제전망 폭이 얼마나 낮아지느냐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신성환 금통위원은 "최근 물가와 성장을 보면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환율과 가계부채 등 우려할 부분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경기둔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동결 의견을 낸 금통위원들을 포함해 6명 전원이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