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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다음 권력 줄서기 바쁜 교수와 공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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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논산 국방대 본관./연합뉴스


조기 대선이 확정되자 대선 주자 캠프에 이름을 올리려는 폴리페서(polifessor·정치 교수)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5년마다 열리는 일반적 대선이었다면 대선 1년 전쯤 정책 자문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들었을 교수들이 이번에는 대통령 파면이라는 비상 상황 때문에 급조돼 집결하고 있다.

16일 출범하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싱크탱크에도 전직 관료와 현직 대학교수가 대거 참여했다. 캠프 참여 일부 교수는 다른 교수들에게 “일단 이름부터 올리라”고 전화하고 있다고 한다. 대선 캠프에 들어가면 집권했을 경우 각종 자리를 받을 수 있고, 캠프 이력과 인맥을 바탕으로 정부의 연구 용역을 쉽게 따낼 수 있다. 강의하고 연구하기보다 훨씬 쉽게 자리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폴리페서’는 계속 양산되고 있다.

폴리페서는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득세해 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대선 정책 자문단에 참여한 교수 42명 중 절반 이상이 대통령실, 행정부, 국회, 공공기관, 금융계 핵심 보직을 차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무위원의 30% 정도가 교수 출신이었다.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엉터리 정책을 주도한 사람도 모두 대학교수였고, 탈원전 자해 정책에 앞장선 장관들도 교수였다.

대학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교수들을 로비 창구로 활용할 수 있어 이들의 정치 참여를 막지 않고 있다. 공직에 나간 교수들은 퇴직이 아니라 휴직을 하기 때문에 빈자리에 새로운 교수를 충원할 수도 없다. 그만큼 강의에 공백이 생기고 그 피해는 학생들이 당한다. 5년 또는 10년 이상 휴직 상태인 교수도 적지 않다. 서울대 경제학부는 올해 1학기 금융위, 한국은행 등 공직에 진출한 교수들 때문에 거시 경제 강의 중 일부를 강사에게 맡겼다.

권력 줄 대기는 정치 활동이 금지된 공직 사회라고 예외가 아니다.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교 현직 교수는 이재명 전 대표 대선 조직이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하고, 그를 주제로 한 책을 출간해 내부 감찰을 받았다고 한다. 국방대 교수는 특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당 및 정치 단체에 참여할 수 없다. 이 교수는 감찰 관계자에게 “정권이 바뀌면 복수하겠다”는 폭언까지 했다고 한다. 정치 참여가 금지된 공직자들과 국책 연구원들까지 비공식적으로 대선 캠프에 참여한 이가 적지 않다. 주요국 중에 대학과 공직 사회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오염된 곳도 없을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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