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모두발언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규 검사 7명의 임명을 수개월째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이들 검사를 추천한 공수처 인사위원이 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14일 고소했다. 법조계에선 한 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지명하는 ‘월권행위’를 하면서, 정작 현상유지에 해당하는 검사 임명 재가는 의도적으로 미룬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수처 인사위원인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한 대행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공수처 검사 7인에 대한 인사권 불행사는 공수처 검사 인력 수급에 지장을 초래하여 국가기관인 공수처 기능을 저해해 직무유기 했다”며 “공수처장과 공수처 인사위원회 위원들의 공수처 검사 추천을 비롯한 검사 임명 관련 심의·의결할 권리를 방해해 직권남용에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공수처 검사 임명 방기는 윤 전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권한대행 체제까지 지속되고 있다. 앞서 공수처 인사위는 지난 9월 부장검사 1명과 검사 2명의 임용제청 안을 대통령실에 보냈다. 그 뒤 추가 선발 절차를 거쳐 올해 1월에도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명의 임명 재가를 요청했다.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 검사 7명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정원 25명 중 현재까지 공수처 검사 총원은 14명(처·차장 포함)에 불과하다. 과거 인사위 추천 뒤 대통령 재가까지 통상 두 달 정도 소요됐는데 마땅한 이유 없이 윤 전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까지 공수처 검사 임명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직무유기는 직무를 의식적으로 포기해 국가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에게 피해를 줄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한 권한대행의 직무유기 혐의 인정 가능성을 두고는 법조계 안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겨레에 “대통령 대행으로서 검사를 임명하든 부적격으로 임명을 거부하든 권한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7개월 이상 임명이 지연된 상황은 의식적으로 의무를 방기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상당 기간 미임명이 유지된 상황을 고려하면) 공수처의 기능을 의도적으로 훼손하려 하는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임명 방기에 대해 정치적 비판은 가능하나 고의로 임명을 미뤘다는 건 입증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대행이 검사 임명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여러 판단 아래 임명이 어렵다고 본 경우라면 직무유기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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