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분쟁 2심도 LS전선 승소, 배상금액 증액…호반, LS지분 매입하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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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vs 대한전선, 특허침해 소송 이력/그래픽=윤선정 |
전선업계 1, 2위 간의 특허 분쟁에서 LS전선이 2심도 승소했지만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대한전선의 모회사인 호반그룹이 LS그룹의 지주사인 LS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그룹 간의 대결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특허 소송에서 패소한 대한전선은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13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특허법원 제24부(부장판사 우성엽)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권침해금지 청구 소송 2심 재판에서 LS전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2022년 9월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LS전선의 주장 받아들여 배상금액을 4억9623만원에서 15억원가량으로 올렸다.
소송은 2019년 8월 LS전선이 '대한전선이 제조·판매하는 부스덕트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부스덕트는 케이블을 통해 대량의 전기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전달하는데 필요한 배전 수단이다. 조인트 키트는 부스덕트의 핵심 부품 중 하나다.
LS전선은 부스덕트와 조인트 키트 개발에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2007년 '3세대 부스덕트'를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대한전선이 기술개발 노력 없이 LS전선의 기술을 탈취했고, 그 과정에서 부스덕트를 제작하던 하청업체 직원이 연루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한전선은 이미 미국과 일본에 조인트 키트 관련 많은 선행특허가 존재해 LS전선의 특허는 진보성과 신규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한전선이 독자적인 기술을 갖고 있고, 특허는 특허청 공식 사이트에 공개돼 굳이 하청직원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LS전선의 손을 들어줬다.
LS전선은 "이번 판결은 LS전선의 기술력과 권리를 인정한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수십 년간 노력과 헌신으로 개발한 핵심 기술을 지키기 위해, 기술 탈취와 침해 행위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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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그룹, LS 지분 매입하며 압박…대한전선 "배상액 산정에 문제, 상고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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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 강원도 동해시 해저 케이블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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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고 결과가 대한전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미 수년 전부터 설계를 변경한 조인트 키트를 사용 중이다. 업계에서는 소송이 미치는 금전적인 영향보다는 업계 1, 2위 간의 자존심 싸움의 의미가 더 커졌다는 시각이다.
최근에는 대한전선의 모회사 호반그룹이 LS전선 모회사인 LS 지분을 일부 매입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호반 측은 '단순 투자'라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두 전선기업이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호반그룹이 LS그룹을 압박하기 위해 지분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호반그룹이 매입한 지분은 아직 2%대인 것으로 전해지는데, 추가 매입할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LS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상법상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다. 주주제안도 가능해진다.
회계장부에는 영업기밀이나 거래 내역 등 민감한 내용 등이 담겨있다. 회계장부 열람을 통해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재료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호반그룹의 지분확보 소식에 이날 LS 주가는 19% 상승했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공장 설계 노하우를 두고도 갈등 중이다. 경찰은 해저용·장거리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LS전선의 강원 동해공장 설계 노하우가 대한전선에 유출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해 대한전선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했다.
양사 간의 갈등 배경에는 전선업계 내 치열한 경쟁이 있다. 국내 전선업계는 LS전선, 대한전선, 가온전선 상위 3개사 중심으로 경쟁 체제가 구축돼있다. LS전선이 매출에서 대한전선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대한전선이 추격하면서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또 설비 증설 등으로 업체 간 가격경쟁도 심해졌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특허침해에 해당하지 않다고 지속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쉽다"며 "특허법의 과제해결원리와 작용효과 동일성 등 판단과 손해배상액의 산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향후 판결문을 면밀하게 검토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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