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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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너는 어디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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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에 제67회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다. 수상 결과를 요약하면 랩의 약진. 래퍼 드레이크를 디스한 힙합 노래 ‘Not Like Us’로 역시 래퍼인 켄드릭 러마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다. 그래미가 이렇게까지 힙합에 호의적이었던 적은 드물다. 여러 장르 중 유독 랩에 인색해 왔다는 점에서 올해는 그래미의 이례적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을 통해 올해 그래미의 검은 물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화두로 꺼내고 싶은 주제는 왜 이렇게까지 전 세계가 그래미에 관심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세계 음악 시장을 리드하는 미국의 음악 시상식이어서? 맞는 말이다. 지금 가장 인기 많은 수퍼스타들이 대거 출연해서? 그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그래미가 권위 있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전문성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가 높은, 신뢰받는 시상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미의 권위는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인기 투표로 수상을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얻어졌다. 미국 내 발매된 음악에 작곡가로든 가수로든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달리 말해 현역 종사자임이 입증된 사람들이 투표하는 동료 평가 상이다. 실제 관계자들의 경험치가 반영되는 데다가 판매량과 순위를 일절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이 높고 대중성보다 음악성이 중시된다. 그래미가 뮤지션과 팬 모두에게 영예로운 상으로 자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한국에도 그래미와 비슷한 시상식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가요계에서 대표격으로 손꼽히는 음악 시상식들은 대체로 판매량을 고려해 수상이 결정된다. 그렇지 않은 분야도 있고 전문가 심사 점수도 포함되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올해 누가 가장 인기가 많았는지 가리는 쪽에 가깝다.
한국대중음악 시상식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선정위원으로 일해 보니 무보수 명예직인 데다 해촉 조건들이 많아 까다롭고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지만 학구적이고 진지한 논의 분위기와 판매량을 고려하지 않는 음악성 최우선 심사 기준에 끌려 10년 넘게 함께해 오고 있다. 종종 토론 분위기가 격해질 때는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지만 수상의 당위를 놓고 핏대를 올려가며 싸우는 풍경은 다른 음악 시상식에선 찾아볼 수 없어 이게 평론가의 삶이지 싶다.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는 국내 시상식은 한국대중음악상이 유일하다.
지난 2월 6일에 22회 후보가 발표됐다. 김수철의 ‘너는 어디에’가 최우수 록 노래 부문 후보에 올랐다. 다른 시상식이었다면 이 곡이 후보에 오를 수 있었을까. 27일 열리는 본 시상식을 앞두고 가요계의 다양성과 시상식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유튜브 영상 | 김수철 - 너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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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화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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