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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이재명 “내란 극복 집중… 개헌 논의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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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 토론’ 출연

“헌정 파괴 책임 뒷전 밀릴수도”

‘민주당 중도보수’ 선언 논란엔

“상황이 바뀌면 판단 바뀌어야”

“李, 당 정체성 혼자 규정은 월권”

“진보·보수 이념 논쟁 벗어나야”

김부겸·김경수 등 비명계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개헌과 관련해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며 12·3 비상계엄 사태 여파 수습에 방해가 될 수 있어 개헌 논의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전날 자신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으로 규정하며 불거진 당 안팎의 논란에 대해서는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판단을 수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에서 패널들과 대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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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19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개헌과 12·3 비상계엄 사태 등에 관한 생각을 직접 밝혔다. 이 대표는 패널로부터 ‘개헌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는 게 (민주당의) 기본 방침”이라며 “지금 개헌 얘기를 하면 블랙홀이 된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 “(개헌을 얘기하면) 탄핵 문제와 헌정 질서 회복 문제, 헌정 파괴에 대한 책임 추궁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그 문제(개헌)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이 어려운 국면을 해결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민주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과 이른바 ‘우클릭’ 정책 제안으로 당 안팎에서 격론이 벌어지는 데 대해서는 “상황이 바뀌면 판단이 바뀌는 게 정상”이라며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입장과 태도를 전혀 바꾸지 않는다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정된 입장만을 고수하는 태도는 ‘교조주의’ 또는 ‘바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중도 보수’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의 질서나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보수고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 진보”라며 “우리 민주당은 진보적 가치를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성장과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전날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 ‘새날TV’에 출연해 “우리(민주당)는 진보가 아니다.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입지)을 실제로 갖고 있다”면서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명계는 비판을 쏟아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진보·보수의 구분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고 이제는 이런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NS 글에서 “이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비명계 전직 의원을 주축으로 한 모임인 ‘초일회’도 입장문을 내고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 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원·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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