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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5년 후 1만8000가구 ‘준강남 브랜드 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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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마지막 퍼즐 맞추는 과천


# 지하철 4호선 과천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노후 아파트 단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단지 내 주차장에는 차량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한눈에도 연식이 느껴지는 건물 벽면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통합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과천주공8·9단지다. 지금은 인근 신축 아파트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지만 몇 년 후면 이곳도 남부럽지 않은 신축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8·9단지는 과천역 초역세권 입지인 데다 기존 주공아파트 중에서도 용적률이 128%로 낮은 편이라 사업성이 좋다”며 “조합원 추정 분담금 규모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산정됐기 때문에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 부동산 시장에서 ‘준강남’이라 불리는 과천 원도심 재건축이 막바지에 도달했다. 과천은 서울 서초구·관악구와 인접해 강남권 접근성이 뛰어나다. 지역번호 ‘02’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경기 지역으로 사실상 서울 생활권에 속하는 지역이다.

과천주공아파트는 정부과천청사와 함께 1980년대 초 조성됐다. 12개 단지가 4호선 과천역과 정부과천청사역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다. 이 중 3·11단지는 2000년대에, 1·2·6·7·12단지는 2020년을 전후로 재건축을 마쳤다. 지금 한창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4·5·8·9·10단지는 ‘3기 재건축’인 셈이다. 2030년 초 3기 재건축까지 마무리되면 과천 원도심은 1만8300가구 규모의 브랜드 아파트 타운으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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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주공8단지 건물 벽면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축하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윤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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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9부 능선’ 넘은 8·9단지

과천4·5·10단지도 재건축 ‘척척’

3기 재건축 단지 중 최근 소식을 전한 건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과천주공8·9단지다. 8·9단지 통합 재건축 사업은 지난 1월 8일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같은 해 10월 관리처분계획 총회를 마친 뒤, 3개월 만에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받아내며 빠르게 정비사업 9부 능선을 넘었다.

8·9단지 통합 재건축 조합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해 6월까지 이주를 마친 뒤 하반기부터 석면 해체와 철거 작업에 들어간다. 내년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착공에 돌입, 2029년 6월에는 준공·입주한다는 계획. 이 과정을 거쳐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7개동, 2829가구 규모 대단지로 변신한다. 이 가운데 631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조합이 책정한 일반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3.3㎡당 5160만원 선. 단지명은 시공사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 ‘디에이치르블리스’로 지었다. 과천 원도심에 ‘디에이치’가 적용되는 건 과천주공8·9단지가 처음이다.

과천주공8·9단지의 또 다른 특징은 조합원이 기존 주택과 같은 면적의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경우 따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과천시는 지난해 7월 8·9단지 재건축 조합원 1인당 평균 이익이 8000만원을 넘지 않는다고 보고 재초환 면제를 확정했다.

서울·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다지만 재초환 부담금이 면제되고 빠르게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관문을 거쳐온 과천주공8·9단지 시세는 오히려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단지 전용 83㎡는 지난해 12월 20억원(13층)에 실거래됐다. 앞서 지난해 9월 같은 면적 아파트가 21억5000만원(10층)에, 이어 10월과 11월에는 각각 20억5000만원(1층), 21억원(10층)에도 팔린 것과 비교하면 조금 낮은 가격이지만 어쨌든 과천에서도 아직 재건축을 마치지 않은 구축 아파트값이 20억원을 웃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관리처분인가 직후인 1월 22일에는 9단지 소형 평형인 전용 47㎡가 14억8000만원(3층)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어 지난 2월 8단지에서는 전용 73㎡가 17억원에 실거래됐다.

8·9단지 외에도 과천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더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지난해 10~11월 ‘프레스티어자이’ 일반분양을 진행한 과천주공4단지다. 과천주공4단지를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11개동 1445가구 규모로 신축하는 프레스티어자이는 최초 공급 당시 3.3㎡당 평균 6276만원에 분양됐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웬만한 서울 강남 아파트보다 높은 가격이었는데도 정당 계약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계약을 100% 완료했다.

지난해 5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과천주공5단지는 최고 35층, 8개동, 1242가구 규모의 ‘써밋마에스트로’를 신축하는 사업으로 2029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래미안원마제스티’를 신축하는 과천주공10단지는 3기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 속도는 가장 느리지만 기존 용적률이 86%로 낮고 조합원 대지지분이 높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지하 3층~지상 28층, 18개동, 1179가구로 탈바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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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보다 집값 많이 오른 준서울

과천~서울 머지않아 ‘7분 시대’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까지 맞물리며 과천 아파트값은 지난해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과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누적 상승률은 6.1%로 서울 상승률(4.5%)을 웃돌았다. 과천 지역 ‘국민평형’인 전용 84㎡ 시세는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20억원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앙동 ‘과천푸르지오써밋’ 전용 84㎡는 20억2000만원(10층)에, ‘과천자이’ 전용 84㎡는 21억6000만원(24층)에 팔렸다. 올해 1월에는 부림동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84㎡가 20억원(16층)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향후 과천이 서울 강남을 생활권으로 두는 수도권 핵심 주거지라고 평가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과천은 강남 접근성이 좋고 전반적인 주거 수준이 높아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며 “특히 신축 단지가 늘어나면서 브랜드 타운으로서 가치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식정보타운과 3기 신도시 과천지구 등 새로운 개발 사업과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C노선, 과천~위례선 광역철도 사업, 과천~이수 복합터널 등 교통 호재가 풍부해 과천 부동산 위상은 좀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 GTX-C노선의 경우 2028년 공사가 완료되면 과천에서 서울 삼성역까지 7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과천은 신축 선호도가 높고, 과천 내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해 재건축 단지의 가치가 높다”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도 신축 단지 프리미엄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과천에는 지식정보타운과 과천지구 등에 상당한 입주 물량이 대기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과천의 주거 가치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과천도 입주 물량이 몰리는 시점에는 원도심도 일시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또 ‘3기 재건축’ 단지만 떼어 놓고 보더라도 공사비 등 재건축 사업성을 크게 좌우할 변수가 남아 있다. 일례로 과천주공8·9단지는 2022년 4월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를 3.3㎡당 55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지난해 9월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3.3㎡당 775만원으로 증액을 요청했다. 조합은 3.3㎡당 720만원 선에서 공사비를 협상한다는 방침인데 이 협상 결과에 따라 주변 단지들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형진 과천주공8·9단지 조합장은 “공사비 협상은 검증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수준에서 연내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7호 (2025.02.19~2025.02.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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