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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민주당은 원래 중도보수" 이재명 발언에 비명계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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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당 정체성 혼자 규정은 월권”

“진보·보수 이념 논쟁 벗어나야”

김부겸·김경수, 비판 한목소리

초일회도 “사당화 현상” 꼬집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의 정체성을 ‘중도 보수 정당’으로 규정하고 외연 확장에 나섰다. 조기 대선을 겨냥한 노선 변화로 풀이되지만 ‘비명(비이재명)계’는 “당의 정체성을 이 대표 혼자 규정하는 건 월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원래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 보수 또는 범죄 정당이 돼 가고 있어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채널 ‘새날TV’에 출연해 “우리(민주당)는 진보가 아니다. 사실 중도 보수 정도의 포지션(입지)을 실제로 갖고 있다”면서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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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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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정책위의장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중도 보수를 지향한다는 게 아니다. 당은 진보적인 지향을 하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의) 정치 성향을 구태여 규정하자면 중도 보수적인 스탠스(입장)가 맞다”고 힘을 실었다.

비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 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진보·보수의 구분은 시기와 장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고 이제는 이런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저는 이미 지난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NS 글에서 “이 대표가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다.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다. (강령을 바꾸려면)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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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박찬대 원내대표, 이 대표,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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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전직 의원을 주축으로 한 모임인 ‘초일회’도 입장문을 내고 “당대표가 당내의 민주적 토론과 숙의의 과정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민주당을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말했다는 게 참 놀랍다”며 “중도층을 확보하겠다고 중도 보수를 이념으로 바꾸겠다는 것은 어떤 토론도 없이 정체성을 바꾸는 당의 비민주성과 사당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고 정당의 전통과 역사, 규범을 무시하는 몰역사성을 뜻한다”고 꼬집었다.

박광온 전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중도 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내 집을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과 같다”며 “미국 민주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하며 사회경제적 약자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대선에서 졌다는 평가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박용진 전 의원(21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27일)과 오찬, 김 전 총리와 만찬(24일),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회동(28일)을 줄줄이 앞두고 있다. 이들과의 만남에서도 중도 보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박지원 기자 g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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