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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6 (수)

'탈북어민 강제북송' 정의용·서훈 등 선고유예…檢 "판결문 검토 후 항소"(종합2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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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악범 기본권 침해 가능하단 위험한 발상"

"죄 있다면 사법 절차로 책임지게 만들어야"

정의용 측 "정책적 판단을 사법절차로 재단"

檢 "항소해 상응하는 형 선고되도록 할 것"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징역형 선고 유예 선고를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02.19.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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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종희 장한지 이소헌 기자 =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연루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전원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기소된 지 약 2년 만에 나온 첫 판결이다.

재판부는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이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면 수사와 재판 등 형사사법절차를 밟도록 했어야 하고, 우리나라 정부가 관련 법령 없이 국민을 선택적으로 선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19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그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되는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북한 어민 2명을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한 행위가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방해하는 것으로 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북한 주민들은 보호신청의사를 한 번이 아니라 수차례 표시했다"고 했다. 정부가 귀순의사 진정성을 판단할 권한을 갖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뚜렷한 법률상 근거 없이 국가가 필요에 따라 국민을 선택적으로 선별할 수 있는 위험성마저 내포된 개념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북한 어민 2명을 격리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들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보호하고자 한 것'이라는 정 전 실장 등의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흉악범이면 재판 없이도 공권력이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위험한 발상"라며 "흉악범이라는 의심·확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이들을 방면(붙잡아 가두어 둔 사람을 놓아주는 행위)하지 않은 채 북한으로 보내는 방식 등으로 남한 사회와 격리할 수 있다는 논리는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양형 사유와 관련해 재판부는 "신중한 법적 검토 등이 요구된다는 여러 관계 공무원들의 보고에도 불구하고 신속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불과 2일 만에 북송 결정하고 불과 5일 만에 이를 집행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범죄자가 저지른 죄만큼의 책임을 지게 만들고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많은 세월을 쌓아 올린 형사사법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이 사건 행위가 위법한 것이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북한 어민 2명이 저지른 범죄의 흉악성 및 잔인성은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또 ▲북한 어민 2명을 체포·감금했다는 부분 ▲중대범죄자백보고서 관련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죄, 국가정보원법위반죄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정 전 실장 등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해 이번 재판이 지난 2년 넘게 진행됐다"며 "지난 정부가 국익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린 정책적 판단들을 이념적 잣대로 접근해 사법적 절차로 재단하려는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1심 판결에 불복해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은 "법원은 탈북어민들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수차례 귀순의사를 표명한 탈북어민들을 강제 북송한 것에 대해 명확하게 위법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원은 형법 59조가 피고인들에게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건 범행을 일체 부인하는 피고인들에 대해 형의 선고를 유예한 것이어서 수긍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한 "기타 무죄 부분을 포함해 판결문을 상세히 검토한 후 항소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정의용(가운데)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오른쪽)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징역형 선고 유예 선고를 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02.19. photocd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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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에 발생했다. 한국으로 넘어온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측으로 강제 송환된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 수립 후 북한 주민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최초 사례였다.

우리 군은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당 어민 2명을 나포하고 닷새 뒤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은 보호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이들을 추방했다.

해당 어민들은 동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오징어잡이 배에서 16명의 동료 승선원들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 등은 탈북어민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지난 2023년 3월 불구속 기소됐다. 또 이들 어민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2023년 4월 시작한 강제북송 재판은 국가안보상 기밀 등을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 진행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2papers@newsis.com, hanzy@newsis.com, hone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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