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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과거가 변하고 있다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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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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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서점 ‘예스24’의 2월 1주(1월27일~2월2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STOP THE STEAL(스톱 더 스틸) 대법원의 부정선거 은폐 기록’(스카이)이었다. 2주는 7위, 3주는 20위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순위권 내에 있다. 책은 민경욱 전 의원이 제기한 ‘2020년 인천 연수구을 선거부정에 대한 대법원의 기각 판결’(2022년 7월)을 다뤘다. 지은이는 판결에 참여한 변호사(도태우, 박주현, 윤용진, 현성삼)들이다. 선거 부정에 대한 소송은 단심제로 대법원에서만 행해졌다. 대법원은 모든 표를 재검증했고 정보무늬(QR코드) 조작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민 전 의원은 그와 같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며 기각 판결했다. ‘스톱 더 스틸’(도둑질을 멈춰라)은 트럼프 진영의 선거 불복 캠페인 구호다. 지난해 말부터 국민의힘 게시판 등을 통해 쓰이다 법원 시위에 등장했다.



민 전 의원의 바로 옆 인천 동구·미추홀구에서 출마한 윤상현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고,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자신이 반대했으나 1년 후에 다시 찍어주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는 변한다. 부정선거론자 민 전 의원에 대해 국민의힘은 단호함을 보여왔다. 민 전 의원의 2020년 본선 출마 자체가 ‘불복’의 결과였다. 막말 논란으로 공천 배제를 당했지만 재심 요구로 결선에 진출했다(당시 미래통합당).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다 그해 12월에는 당협위원장 직까지 박탈당했다.



미국 과학사가 리 매킨타이어의 ‘누가 진실을 전복하려 하는가’(두리반)는 트럼프의 선동이 어떻게 비과학적 사실을 믿는 사람들(대표적으로 큐어논)과 결합해 갔는가를 분석한다. 트럼프 진영은 전략적으로 진실을 왜곡해가며(진실도살자) #스톱더스틸 캠페인 등을 통해 “단순히 거짓말만 하지 말고 양극화하라”는 의도를 실현해 나갔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출간된 책에서 해제자(정준희 한양대 교수)는 한국의 상황과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과학적 음모론’이 아니라 ‘역사 부정론’이 지배하고, 이들이 ‘특정 정당에 소속감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불과 석 달 사이에 계엄이 이렇게 한국 사회를 바꿔놓았다. 기억하지 못하면 계엄은 성공이다.



구둘래 텍스트팀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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