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종전협상 결과 "만족스럽다"
국제사회는 "푸틴의 의도대로"
대러 제재 해제 언급한 미국에
"자원개발 파트너로 인식"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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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4일로 만 3년을 맞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종전 협상으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3년 간 전쟁이 이어지며 수 만명이 사망했으며 많은 민간인들이 집과 재산을 잃었다. 우크라이나의 의료진들이 2024년 7월 8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된 오흐마티딧 어린이 병원의 잔해 속에 서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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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한 우크라이나 첫 종전 협상에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회담에서 배제된 전쟁 당사자 우크라이나는 수용 불가 의사를 밝히면서 반발했다.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미국 동맹들도 긴급 수뇌 회담을 열어 일방적인 미러 주도 협상에 제동을 걸기 위해 머리를 맞대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조기 종전과 미러 관계 정상화를 위해 조급한 미국이 대러 제재 해제 및 국제사회 복귀 협의를 언급하며 회담이 러시아 의도대로 끌려 갔다는 평가들이 나왔다.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양보 강요에 '신 얄타체제 부활', '트럼프의 동맹국 팔아넘기기'라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크렘린궁 외교담당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은 "4시간 30분 동안의 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며 러시아의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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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제23 기계화여단의 한 보병 병사가 2024년 4월 3일 도네츠크 지역의 아브디이우카 방향 전선으로 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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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달 중 푸틴 만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고위급 회담 결과에 "매우 잘 진행됐다. (종전에)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반발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대선이 필요하다며 러시아 주장을 대변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협상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우크라이나 선거는 러시아가 종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주장해 온 것으로 이를 동조하며 우크라이나를 비판한 것이다. 이어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 나라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다만 젤렌스크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는 50%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당신들은 그것(전쟁)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당신들은 합의를 했어야 했다"고 러시아를 돕는 발언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에게 전쟁 발발의 책임을 씌우며 종전 회담에 참여할 자격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문제는 향후 종전 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트럼프는 이달 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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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19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부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 수용소에서 러시아 전쟁 포로들이 점심을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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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친러행동에 국제사회 경악
트럼프는 반면 푸틴이나 러시아에 대해 한 마디 비난도 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는 외교 정책을 180도 전환하면서 러시아 자원 개발 등 공동사업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NYT 등은 트럼프가 제시한 양보는 러시아의 희망 목록과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영토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보 보장을 제공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행동'(일방적인 침공)에 벌은 주지 않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과 국제적인 원칙을 희생시키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의 일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현상 변경을 묵인하고 공들여 쌓아온 대러시아 제재 레짐도 무너질 것이란 위기감이 커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째 유지돼 온 전후 체제를 흔들며 이란, 중국, 북한 등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경각심도 확산되고 있다. NYT는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미러 관계의 리셋"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8개국의 수뇌들은 17일 파리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종전 이후, 러시아의 재침략을 막기 위해, 유럽이 우크라이나에의 '안전 보장' 제공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는데 입장을 모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에 지상군 파병 등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자유유럽방송(RFE/RL)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9일 파리에서 두 번째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두번째 회의에는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체코, 그리스, 핀란드, 루마니아,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노르웨이가 추가로 초청됐다.
■유럽, 종전협상 딜레마
우크라이나 등 유럽의 안전 보장에 소극적이고 푸틴의 러시아에 우호적으로 돌아선 트럼프 정권을 앞에 두고 자립을 강요당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미국 의존 탈피 등을 협의할 전망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에는 트럼프 정권과 대립할 의사가 없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지원 피로'속에서 미국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지원에 의존해 지속해 온 우크라이나의 대러 항쟁은 조기 종전에 조급해진 트럼프 정권에 의해 푸틴 의도에 따라 마무리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 특사는 유럽의 종전 협상 참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트럼프 정부는 전쟁 이전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원상 복귀 및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유럽이 교섭에 참가하면, 조기 종전을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평화협정의 일환으로 종전 후 우크라이나에 유럽이 평화 유지군을 주둔시키는 것에 대해선 긍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유럽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나는 전적으로 찬성"이라며 "프랑스도, 영국도 언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크라이나에 유럽) 군대를 주둔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미군이 주둔하지 않을 것임을 다시 분명히 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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