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엔비디아 주가가 중국의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인 딥시크 충격에 따른 손실을 거의 만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18일(현지시간) 0.4% 오른 139.4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딥시크 충격 직전 수준인 142달러에 거의 근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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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최근 6개월간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 |
엔비디아는 지난 1월27일 딥시크가 저비용 AI 모델을 선보이자 값비싼 엔비디아 칩이 생각만큼 많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로 17% 폭락하며 하루에 시가총액이 6000억달러 가까이 날아갔다. 하지만 약 3주만에 딥시크 충격 이전의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한 것이다.
이 같은 주가 반등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등 4개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달 실적 발표 때 1년간 총 3200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지출 계획을 밝힌데 힘입은 것이다. AI(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투자 계획이 계속 공개되고 있는 것도 엔비디아 주가에 호재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유럽위원회(EC)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액션 서밋(AI Action Summit)에서 AI 기가팩토리에 200억유로를 지출하는 것을 포함해 AI 인프라에 총 2000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또 AI 인프라와 AI 배포에 1090억유로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증권의 애널리스트인 비벡 아리아는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유럽의 이 같은 발표는 "딥시크와 관련한 AI 모델 최적화에서 중단기적으로 어떤 리스크도 파악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90달러를 유지했다. 아리아의 목표주가는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 대비 36%의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한국 정부가 AI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연내 AI 칩을 1만장 도입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엔비디아의 H100과 H200 등 AI 칩을 추가로 8000장 구매하기로 한 것도 엔비디아 주가에 상승 촉매가 되고 있다.
하그리브스 랜즈다운의 애널리스트인 매트 브리츠먼은 이에 대해 "엔비디아의 AI 칩에 대한 수요가 미국의 거대 기술기업을 훨씬 넘어선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가장 큰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현재 여러 국가의 정부가 자체적으로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 칩에 대해 상대적으로 새롭고 확장 가능한 수요 경로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기업을 넘어 각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새로운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칩인 블랙웰로 수요가 이전하면서 H100 등 호퍼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 가지 우려 사항이었다. 하지만 UBS의 애널리스트인 티모시 아큐리가 조사한 결과 H100 가격은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클라우드 GPU(그래픽 처리장치)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수요가 강력하다는 신호"라며 "향후 수요 환경을 고려할 때 호퍼 시리즈의 가격이 탄력적으로 유지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큐리는 엔비디아에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185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오는 26일에 2025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을 발표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엔비디아의 회계연도 4분기 실적은 시장 컨센서스를 소폭 웃돌겠지만 2026 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 가이던스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블랙웰 칩으로의 전환과 호퍼 칩 가격의 하락 가능성, 중국 수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 등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엔비디아 주가가 실적 발표 후 변동성을 보일 수 있지만 차세대 칩인 블랙웰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긍정적인 모멘텀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엔비디아가 단순한 반도체 제조업체가 아닌 컴퓨팅 플랫폼 회사로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반도체 업종 최선호주로 엔비디아를 유지했다. 아울러 빠르게 변하고 있는 AI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합하는 엔비디아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또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2025 회계연도와 2026 회계연도 순이익 전망치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31배와 24배로 과거 PER 범위 25~56배의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
오는 3월17일에 개막하는 엔비디아의 GTC(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도 엔비디아 주가에 핵심적인 상승 촉매로 주목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GTC에서 블랙웰 기반의 GB300과 블랙웰 후속 칩 아키텍처인 루빈 칩을 선보이는 한편 로봇공학과 양자컴퓨팅으로 도달 가능한 시장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3년에 239%, 2024년에 171% 폭등한 뒤 올들어 3.8% 올랐다. 이는 S&P500지수의 올들어 상승률 4.2%에 못 미치는 것이다.
한편, 18일에는 오후 2시(한국시간 19일 오전 4시)에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최근 인플레이션 추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 향후 금리 경로 등에 대한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좀더 상세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네트워킹 회사인 아리스타 네트웍스는 17일 장 마감 후 분기 순이익과 매출액, 향후 실적 가이던스가 모두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를 상회했으나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4.8% 하락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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