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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트럼프 "이달내 푸틴과 회담"… 러 제재 풀어 '이권' 협상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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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러시아 고위급 회담이 개최된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저택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왼쪽 사진). 튀르키예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 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를 듣고 있다. AP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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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간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와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되면서 향후 종전 협상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러시아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대가로 종전 협상을 러시아에 유리하게 진행하는 '더티 딜(dirty deal)'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속전속결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이달 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사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담이) 매우 잘 진행됐다. (종전에 대해) 더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달 말 미·러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묻는 질문엔 "아마도(probably)"라고 답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영토 수복, 평화유지군 등 종전을 위한 난제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대로 종전이 이뤄지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에 대해 러시아를 두둔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그는 "러시아는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포악하고 야만적인 행동을 멈추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관련해서는 "말하기 싫지만 우크라이나 지도자(젤렌스키)는 지지율이 4%에 불과하다"며 "이 자리(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면 먼저 오랫동안 선거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군을 돕기 위해 참전한 북한군의 피해 상황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북한군도 많이 사망했다. 그들은 싸우기 위해 왔지만, 많은 이가 죽었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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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은 우크라이나 종전 고위급 협상팀 구성뿐만 아니라 외교 공관 운영 정상화와 양국 대사 임명에도 합의했다. 이날 회담 결과에 대해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처벌해온 서방의 노력을 포기하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 협력 방안까지 논의했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이날 양국은 에너지, 우주 탐사 분야에서 협력 재개를 위한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 후 "지정학적·경제적으로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모색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시아 측 대표단 일원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국부펀드(RDIF)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북극 에너지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회담 의제로 꺼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떠난 미국 기업들이 3000억달러(약 431조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구체적인 통계도 회담장에서 언급됐다. 드미트리예프 회장은 "이번 회담 이후 미·러 간 공동 투자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래적 접근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 특성상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권의 대가로 대러 제재를 완화해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호혜적인 경제 협력 발전을 막는 인위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강한 관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트럼프의 미·러 주도 담판에 반발하며 대러 제재가 풀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서방 제재가 러시아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면서 "그들(러시아)은 우리로 하여금 그들이 '강자'라고 생각하기를 원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러시아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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