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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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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한국이 날 받아줄까요?"…전쟁터 온 전말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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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북한군 포로 A씨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뉴스TVCHOSU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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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가 "유학생 훈련한다 듣고 러시아에 왔다"며 "전투에 참여할 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는 포로를 변절자로 본다며 대한민국에 귀화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일 조선일보는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A씨(26)와 B씨(21)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지난해 10~11월 러시아 쿠르스크에 파병된 두 사람은 지난달 9일 포로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7월 자강도 홍수 피해 복구 지원에 나섰다가 자대 복귀했는데 "유학생으로 훈련한다"는 얘길 듣고 러시아에 파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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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인터뷰한 북한군 포로 A씨 모습. /사진=유튜브 채널 '뉴스TVCHOSU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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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을 '폭풍군단'이 아닌 '정찰총국' 소속이라고 설명하며 "2015년 입대해 정찰·저격병으로 근무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유학생으로 훈련한다는 말을 듣고 왔는데 (직접) 전투에 참여할 줄은 몰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쿠르스크 지역에 도착해 대기 구역에서 있을 때 우리가 전투에 동원될 거라고 알려줬다"며 "쿠르스크까지는 기차, 비행기, 버스를 타고 왔으며 2500명가량이 함께 이동했다"고 밝혔다.

A씨는 포로로 잡힌 경위도 자세하게 전했다. 그는 "지난달 5일부터 전투에 참여했고 앞장섰던 단위(부대)들은 모두 희생됐다"며 "러시아에서 포 사격을 제대로 안 해 줘서 (북한군의) 무모한 희생이 많았다"고 했다.

동료 세 명과 함께 '배후 타격조'로 전장에 투입됐다는 A씨는 "우크라이나 매복군에게 걸려 동료들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며 "저도 팔과 턱에 총상을 입고 과다 출혈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회상했다.

의식을 회복했을 땐 어두운 밤이었다는 A씨는 "필사적으로 후퇴하다가 다른 북한군 중대와 만났다"며 "그들에게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함께 복귀하려고 했는데 '마귀 무인기'가 나타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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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한 훈련장에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이동 중인 모습. /사진=뉴스1, 엑스(전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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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마귀 무인기에 대해 "폭탄을 달고 다니는 아주 큰 무인기"라며 "열 영상 감지기가 있어 밤마다 폭탄을 떨구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무인기에 공격당해 나 혼자만 살아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퇴각할 길을 찾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군과 만나 포로가 됐다"며 "내가 다쳤으니 반항해도 잡히는 게 분명하고,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인민군 안에서 포로는 변절한 것과 같다"며 "(입대 후) 10년간 부모님 얼굴을 못 봤는데, 내가 포로가 된 게 알려지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양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부모가 못 견디게 보고 싶다는 A씨는 향후 계획을 묻는 말에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A씨는 "우선은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며 "내가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줄까요?"라고 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있었냐는 질문에 A씨는 "공부해 대학에 다니고 싶었다"며 "우리 아버지 쪽이 과학자 집안이었는데…이제는 내 꿈을 이뤄보고 싶다. 나는 아직 젊거든요"라고 답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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